연구실에서,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생각해보니 이날은 2017년에 연구실에 있는 마지막 날이다. 한 해 동안 세미나 준비, 학회 준비, 중간, 기말고사, 프로젝트, 졸업 논문으로 바빴다. 아마 올 한 해는 이 자리에 앉아있던 시간이 대부분이었을 거다. 이 자리에 앉아서,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스트레스가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날 정도였으니깐 말이다. 대부분의 내가 하는 일들이 눈에 보이지 않고, 구체적이지 않은 일들이 많아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구체화를 위해 아이디어를 짜고 설계를 하고 구현을 해도, 그것이 좋은 성과가 날 수 없을거라는 불안함… 결과를 내는 과정에서도 잘못된 길을 들어 고생한 적도 많았다. 그러다 결국 실험 주제를 다시 잡고, 길을 되돌아가야할 때도 있었다. 아무튼 이런 과정을 계속 반복하다보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였다. 
이 과정을 통해서 뭘 배웠나 생각해본다. 아무래도 연구보단 일을 더 많이 했으니 일하는 법을 많이 배운 것 같다. 불확실한 아이디어를 구체화 하는법, 모르는 것에 대처하는 법, 소통 하는 법, PPT 만드는 법, 논문 읽는 법 그리고 그것을 모르는 사람에게 전달하는 법. 뭔가 하나도 완벽하게 잘하는 것 없지만, 그래도 해봤다. 그리고 다음에는 웬지 익숙하게 잘해나갈 거라는 자신감도 있다. 원래 처음이 힘들지, 그 다음에는 익숙한 거 아니겠는가. 
굉장히 아쉬운 부분은 내가 하는 일의 가치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사실 아직도 난 내가 2년간 해온 일들이 그렇게 가치있는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대체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아무리 찾아봐도 난 그냥 주어진 일을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재미를 느꼈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주어진 일을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망만 커졌다.
내일이면 30인데, 아직도 무슨일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물론 확실히 하고 싶은 게 하나 있긴 하다. 여행을 하고 그걸 정리하는 과정이 즐겁고 재미있다. 아무래도 선천적으로 돌아다니길 좋아하고 낯선 환경을 즐겨서 그런가보다. 확실히 태어날 때부터 주어지는 성향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의 글을 통해 남들을 감동시키고 공감을 하게 만드는 데 재능은 없는 것 같다. 전업으로 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 그래서 일단은 취미로만 즐길 생각이다. 먹고 살려면 직장을 구해야하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뭔가를 딱 정해야 거기에 내 힘과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을것 같은데 선택을 못하니 계속 갈팡질팡 중이다. 지난 인생을 돌이켜보면 계속 이러고 있다가, 어쩌다 선택의 순간이 되어 선택을 하고 그 길을 갔던 것 같다. 이런게 쌓여서 인생이 되는 건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이제는 좀 재밌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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