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花樣年華) – 먼지 낀 창틀을 통해 과거를 보다


화양연화(花樣年華) – 먼지 낀 창틀을 통해 과거를 보다


※스포일러 포함되어있습니다.

이 영화는 처음봤을때 이해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일단 스토리 자체로만 따지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은 영화일 것이다. 수리첸의 남편과 챠우의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운명의 장난인지, 챠우와 수리첸이 사랑에 빠져버린다는 것이다. (맞바람 핀거죠 ^^;;) 하지만 이 영화가 특별한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도덕적 기준으로 봤을 때, 그저 ‘막장’으로 치부되어야 할 그들이 사랑이, 왕가위의 손에서 너무나 인간적이고, 아름답게 꾸며졌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 누가 <화양연화>를 보고나서, 막장드라마란 표현을 쓴 사람이 있는가?

 

난 <화양연화>를 거의 5번도 넘게 본 것 같다. 하지만 볼때마다 새롭다. 그만큼 좋은 영화다. 이 포스팅은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과 카메라에 담긴 감독의 의도 등을 정리해 공유하고자 한다. 

 

 -목         차-

1. 제목의 뜻

2. <화양연화>, 줄거리

3. 앙코르와트, 기억을 묻는다.

4. <화양연화> 후속작<2046>, 변해버린 챠우

5. 출연배우

 

1. <화양연화> 제목의 뜻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표현하는 말 

[출처 : 네이버 사전]

그렇다. 이 영화는 극 중 남자 주인공인 챠우(양조위)의 인생에서 ‘한떨기 꽃이 만개한 순간’과 같이 아름다운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화양연화>는 챠우의 아름다웠던 기억을 회상하는 영화다. 즉 이 영화는 ‘기억’에 관한 이야기이다. 영화의 맨마지막에 ‘먼지 낀 창틀’이라는 대목, 그리고 영상 중간 중간 삽입된 클로즈업된 시간들, 희미한 창틀을 통해 보여지는 인물들은 바로 ‘기억’을 상징하는 것들이다. 

 

 




 

2. <화양연화>, 줄거리


<화양연화>의 줄거리는 챠우와, 수리첸이 같은날, 같은 아파트에 이사를 오게 되면서 시작된다. 이때 이사시간이 겹치게 되면서 짐을 옮기는 데 혼선이 생긴다. 계속 짐들이 섞이고 섞여서 서로의 물건이 뒤바뀌게 된다. 둘의 만남은 뒤바뀐 물건을 되돌려 주면서 시작하는데, ‘뒤바뀐 물건’이라는 상징은 이 영화의 스토리라인을 이루는데 중요한 상징으로 작용한다.







 

같은날, 같은 시각에 이사를 오지만, 정작 서로의 파트너들은 없이 혼자 이삿짐을 나눈다. 이사 후 같은 아파트 사람들 끼리 마작판에 서로의 파트너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은 철저히 배제된 채 등장한다. 여기서 눈 여겨 봐야 할 부분은 마작판 장면이 바로 ‘롱테이크’기법으로 처리 되었다는 점이다. 카메라의 흐름을 따라가보면, 수리첸의 남편 옆에는 원래 수리첸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 후에 챠우의 부인이 등장하고, 수리첸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이 장면이 굳이 롱테이크로 촬영된 것은 원래 수리첸의 자리를 챠우의 부인이 차지하게 된다는 것을 카메라 기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챠우와 수리첸 그 둘은 자신의 베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둘은 항상 외롭다. 

항상 저녁마다 국수를 사러 나가는 수리첸, 그리고 같은 국수집에서 혼자 국수를 먹는 챠우.





(만두 맛있겠다…)

챠우는 점점 갈수록 부인의 태도가 이상한 것을 직감한다. 먼저 수리첸의 부인에게 부탁한 밥솥값을 지불하러 갔을 때, 이미 자신의 아내가 그 돈을 지불했다는 점에 대해 당황한다. 그리고 야근을 한다던 자신의 부인을 보러 회사에 찾아가지만, 그녀는 이미 퇴근을 하고 없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신의 친구에게 ‘남자와 같이 있다’라는 말을 듣게 되면서 자신의 의심을 점점 증폭 시켜나간다. 

이런 과정은 수리첸에게도 마찬가지다. 점점 일본 출장이 잦은 남편, 어느날 챠우의 집에 가보니 수상한 소리가 나서 그 문을 두드린다. 혹시 챠우가 들어왔냐는 말에,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는 그녀. 그럼 그 남자의 목소리의 정체는 누구였을까. 결국 외도를 의심한 챠우와 수리첸은 서로 만나게 된다. 

여기서 그 둘의 외도를 확실히 하는 증거가 나오게 되는데, 챠우의 타이는 아내가 해외에서 공수해온 것이라 구하기가 쉽지 않은 물건이다, 마찬가지로 수리첸의 핸드백 또한 남편이 해외출장에서 사온 것이라 구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챠우의 부인은 수리첸의 핸드백과 같고, 수리첸의 남편과 차우의 넥타이와 같다. 이 둘은 자신의 유일한 아이템이 상대방의 파트너가 갖고 있는 것을 보면서, 둘의 관계(챠우 부인과 수리첸 남편)를 확신하게 된다. 





챠우와 수리첸은 돌아오면서 둘의 사랑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해 한다. 그러면서 서로의 사랑이 시작된 부분을 따라해 본다.

 

가장 첫번째 가정인 ‘남자가 접근 했을 것이다’라는 시나리오로 챠우가 먼저 수리첸을 유혹하는 연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수리첸은 ‘남편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면서 자신의 남편의 행동에 대해서 부인한다. 

 

두번째 가정인 ‘여자가 먼저 접근 했을 것이다’라는 시나리오로 수리첸이 챠우를 유혹하는 연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연기를 하면서 감정이 복잡해져 그것을 할 수가 없다.

 

감독은 왜 이렇게 사랑의 시작을 연기하게 만든 것일까?? 









챠우 : 요즘 난 편히 살려고 해요. 내 잘못도 아닌데, 더 이상 고민하고 싶지도 않고 짧은 인생에 뭔가 다른걸 찾아야죠

수리첸 : 그 다른게 뭐죠? 

챠우 : 무협소설을 다시 써볼까 해요. 벌써 쓰고 있는데 한번 볼래요?

챠우는 더이상 그문제에 신경을 쓰고 싶지 않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무협소설을 다시 쓰기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 작업에 수리첸도 함께하게된다. 그리고 그 둘은 서로 조금씩 가까워 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같은 방에서 무협소설 작업을 하고 있는데, 같은 숙소 주인들이 들어오게 된다. 둘이 같이 있다는 것을 들키게 될 것을 염려하며 수리첸은 그 방에서 나오지 못한다. 그렇게 하루를 꼬박 챠우의 방에서 지새고, 방금 퇴근한 것 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 수리첸의 아내의 구두를 잠시 빌린다. 하지만 빌린 구두는 맞지 않는 법, 그녀의 걸음 걸이가 어정쩡하고 힘들어 보인다. 

 





이 사건을 계기로 챠우는 같이 작업할 공간을 외부에 따로 두기로 한다. 그 방은 호텔의 <2046>번 방이다. 그 속에서 그들의 작업은 계속된다. 그러나 외부에서는 챠우와 수리첸 둘의 관계를 의심하게 된다. <2046>에서 작업을 하면서, 이 둘은 또 한번은 연극을 하게 된다. 이 연극은 수리첸이 자신의 남편에게 다른 여인이 있음을 캐묻는 것에 대한 연기 이다. (2046은 화양연화의 후속작입니다!)

이번 연기 또한 두번으로 이루어진다. 첫번째 연기에서 남편에게 애인이 있음을 추궁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을 때 수리첸은 젓가락을 던지면서 화를 낸다. 챠우는 진정하라면서, 다시 한번 연기를 요구한다. 하지만 두번째 연기에서는 챠우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말을 듣고, 그에게 안겨 울음을 터뜨린다. 아마 두번째 연기에서 ‘애인있어요?’라는 질문은 챠우에게 직접 전하는 의미일 것이다. 이미 그녀는 챠우에게 다른 애인(부인)이 있다는 것을 슬퍼할 정도로, 챠우에 대한 마음이 깊어졌다. 







이렇게 둘의 무협소설 작업이 진행되고, 사랑도 깊어갈 무렵…. 수리첸과 챠우의 관계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의심은 갈수록 깊어진다. 그리고 수리첸 또한 그런 의식들에 자유롭지 못하다. 주변의 눈치 때문에 챠우를 만나지 못하고, 마작판을 기웃거리는 그녀…  이 부분은 상당한 롱테이크로 진행된다. 또한 일하고 있는 챠우의 모습 또한 그렇다. 감독은 서로 만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롱테이크로 두어서, 그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짐을 카메라의 테이크시간으로 표현하였다. 

 





주위에서 둘의 소문이 무성해지자, 결국 챠우는 갑자기 싱가폴로 떠날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녀를 위해 그는 싱가폴로 잠시 떠나있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사랑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그 둘은 마지막으로 이별 연습을 하기로 한다. 

 







그렇게 챠우는 떠나고, 3년 후 싱가폴.

챠우는 방에서 무엇인가 없어진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숙소 주인을 의심하지만, 집에 돌아와보니 담배 필터에 여자 립스틱 자국이 있다. 

그렇다. 그의 방에 잠시 수리첸이 들른 것이다. 그리고 챠우가 잃어버린 물건은 다름아닌 ‘수리첸의 슬리퍼’이다. 

그녀는 자신의 슬리퍼를 가져갔다. 즉, 그의 삶에서 자기 자신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그로부터 3년후 홍콩.

남편과 이혼하고 아들과 함께 예전에 살던 집으로 돌아온 수리첸, 주인 아주머니의 과거이야기를 들으면서 몰래 눈물 짓는다. 그녀는 아직 챠우를 잊지 못한 것일까. 그리고 얼마 후, 챠우 또한 그 집을 방문한다. 그도 과거를 잊지 못했는지, 예전 그녀의 방문 앞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 둘은 예전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그 시절은 지나갔고, 이제 거기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는 지나간 날들을 기억한다. 먼지 낀 창틀을 통하여 과거를 볼 수 있겠지만 모든 것이 희미하게만 보였다. 

3. 앙코르와트, 기억을 묻는다.



영화 마지막 클로징 시컨스 부분에는 챠우가 쌩뚱맞게 앙코르와트까지 가서, 유적지에 구멍을 파고 거기에 무엇인가를 속삭인다. 그리고 나서 흙으로 그것을 막는 행위가 나온다. 왜 챠우는 굳이 앙코르와트까지 갔을까? 여기에는 2가지 추측이다. 한가지 추측은 어느 영화 평론가의 말을 빌려와야 겠다. 

캄보디아는 1953년 프랑스에서 독립했지만 입헌군주였던 시아누크공 치세에 여전히 불안정한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이때 캄보디아를 방문한 드골은 영화가 만들어진 1999년 홍콩에선 영국의 여왕이나 총리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즉 영국의 통치를 받던, 홍콩의 처지와 비슷한 캄보디아, 그리고 그 캄보디아의 대표적 유적지 ‘앙코르와트’에서 촬영하지 않았을까하는 추측이다. 

두번째 추측은 감독이 일부러 미장셴을 극대화 하기 위해 고르고 고른 장소가 ‘앙코르와트’사원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앞서 말했듯이 <화양연화>는 기억의 영화다. 그리고 앙코르와트에는 수많은 역사를 거처온 돌들이 거기에 놓여있다. 돌은 세월은 간직한 ‘기억’을 상징할 때 주로 사용하는 상징이다. 거의 1000년간을 그 공간을 기억하고 있는 돌들, 그 돌에 구멍을 파고 자신의 비밀을 속삭이는 장면은 꼭 키스를 하는 장면과 같다. 그리고 이런 차우를 중심으로 카메라가 돌면서 수많은 돌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챠우가 앙코르 와트 사원을 빠져나오면서, 카메라의 프레임 또한 앙코르와트의 네모난 틀에서 서.서.히 밖으로 빠져 나온다. 그러면서 영화가 끝나는데, 이 부분은 아마 챠우가 기억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에서 서서히 빠져나온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4. <화양연화> 후속작<2046>, 변해버린 챠우



<화양연화>가 한 떨기 꽃이 만개한 것과 같이 한 사람의 일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답던 시절을 그린 영화라면, <2046>은 그 꽃이 져버린 시기의 챠우를 그린 영화이다. <화양연화>를 보았다면, <2046>의 챠우와 함께 비교하면서 봐도 좋다. <2046>의 오프닝은 2046열차 안에 있는 원형 고리 안에서 카메라 프레임이 밖으로 나오는 구조를 띈다. 이 부분은 <화양연화>의 클로징 시컨스와 연결되는 부분이다. 즉 챠우가 거기에 파묻은 기억, 그리고 이 영화 <2046>은 그 기억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암시한다. <2046>에서의 챠우는 이 여자, 저 여자를 만나고 다니면서 어디에도 정착할 수가 없다. 꼭 <아비정전>의 ‘발없는 새’아비와 같은 모습을 띈다. 그리고 <2046>이라는 소설을 쓰면서 중간 중간 수리첸이 등장하는데,  챠우는 그녀를 잃고 방황하는 새와 같은 모습니다.  

 



5. <화양연화>, 출연 배우




챠우역은 양조위가,

수리첸역은 장만옥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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