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면접을 위해 공부를 하고 있다. 집에 혼자 책상에 앉아, 예전에 했던 프로젝트 엑셀을 펼치며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고 있는데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오는 것을 느꼈다. 산소 공급이 잘 안되는 기분에 한숨을 쉬고 결국 30분을 넘기지 못하고 공부를 접었다. 생각해보니 최근 공부를 게을리해서 잊고 살았는데, 예전에도 자주 이랬던 것 같다.
그때는 단순히 ‘이 공부가 나랑 맞지 않아’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꼭 그런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혹시나 같은 증상이 있는지 구글에 검색해보니 나와 같은 처지를 가진 친구들이 많다. 주로 중, 고등 수험생들한테 나타나는 증상인데 공부를 할때 가슴이 답답해오고 잦은 한숨을 쉰다. 더 나아가 자신이 숨쉬는 것을 느낄 수 있어 공부에 집중할 수 없는 사람도 있었다. 나랑 거의 비슷한 증상이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로 보인다. 예전에 수험생 시절이 길어지면서 입시에 대한 불안과 스트레스가 심했던 적이 있었다. 스트레스를 제때 풀어주지도 못하고 도서관과 학원에 갇혀 내 자신에게 채찍질을 가했던 것이 나에게 이런 증상을 남긴 것 같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가슴이 매우 답답해온다) 또한 어렵사리 간 대학에서도 나는 장학금을 꼭 타야했기에, 학점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렇게 강도 높게 나를 압박하는 행위가 장기화되자, 어느새부턴가 공부를 하는데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런 증상이 생기고나서부터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때부터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했고,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원인은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공부를 배움의 수단이 아닌, 정해진 시간안에 돌파해야할 퀘스트. 즉 시험으로만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해온 공부습관을 쉽게 바꿀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예전 방식으로 계속 공부를 할 수는 없었다. 결국 나는 방황 끝에 대학교를 휴학하였다.
대학교를 휴학하고, 그리고 군대를 가고나서는 거의 공부를 손에 놓고 살았다. 물론 중간 중간 시험들이 있어서 공부를 하긴했지만, 그때는 큰 부담없는 시험이라 큰 탈이 없었다. 거의 3년간 제대로된 공부를 안하고 있다가, 전역 전 사회로 나갈 준비를 위해 책을 펼치며 예전의 증상과 다시 마주했다.
정말 공부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 증상과 다시 만나며 새삼 깨닫는다. ‘좀 더 공부를 즐길 수 있었더라면’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공부를 억지로 즐기려고 하기보다는 어떤 현상에 대한 흥미가 먼저 생겨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흥미를 가지다보면 자연스럽게 알려고 할 것이고, 그것이 공부가 되는 것이다. 물론 살다보면 그렇게 흥미있고 재미있는 것도 시험이나 면접을 이유로 준비하게 된다면 그건 또다시 스트레스가 되어서 나를 괴롭힐 것이다. 그때는 스트레스를 적절히 풀어주는 여유도 좀 부려주어야 한다.
오랜만에 만난 증상은 대입부터 대학 휴학전까지의 나의 과거를 되돌아보게 해주었다. 열정적이었지만, 내 자신에게 너무도 가혹했던 나날들. 그때의 상처가 남긴 증상이 조금씩 아물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