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파업으로 연기된 어머니의 폐 조직검사 일정이 시작되었다. 3월 중순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정으로 4박 5일 일정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3박 4일만 입원하고 나왔다. 마지막 일정은 머리 MRI와 심장 초음파 검사인데, 두 검사 모두 PET-CT와 호흡기 기관지 내시경에서 암소견이 나오면 진행하는 검사인데 의료 파업으로 인한 시스템 마비로 검사결과가 제때 나오지 않아 4일째 퇴원했다.
아무튼 우리가 받은 검사 목록은 아래와 같다.
- 6분 걷기 검사
- 폐 기능 검사
- 흉부 전산화 단층 영상 (조영제 CT)
- 전신 양성자 단층 영상 PET CT
- 조직 검사(기관지 초음파 내시경)
1일차
1일차는 입원전 간단한 검사만 진행하고 조영제 CT 촬영이 있었다. 조영제 CT 부작용으로는 어지럼증이 있는데, 다행히 엄마는 큰 부작용 없이 검사를 마치셨다.
2일차
오전 회진
오전 회진은 따로 결과가 나온게 없어서 앞으로 진행할 검사에 대한 얘기만 해주셨다.
PET CT
2일차 오전 11시에는 PET CT 촬영이 예정되어 있었다. 여기서 좀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당뇨 수치가 있어서 검사 일정이 미뤄진 것이다. PET CT는 포도당을 주사하고 그 포도당이 몸속으로 퍼지는 것을 관찰하는 CT기 때문에 공복 혈당이 150을 넘어가면 PET CT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우리 엄마가 당뇨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공복 혈당이 200이 넘어가는 심각한 당뇨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진짜 이번에 회사 건강 검진 통해서 몰랐던 것들 참 많이 알게 된다. 혈당 수치가 150 이하로 내려가지 않아서 오후 7시로 연기했다. 철저한 금식과 산책 그리고 약간의 인슐린 주입을 통해서 겨우겨우 130까지 내렸다.
폐 기능 검사, 6분 걷기 검사
그 외 폐 기능 검사와 6분 걷기 검사를 진행했는데, 이는 그냥 지시에 잘 따라서 하면 되고 워낙 잘 걸으시고 기침만 할뿐 폐활량에는 문제가 없으셔서 무난하게 끝났다.
오후 회진
오후에 담당 주치의가 와서 어제 조영제 CT 관련된 소견을 말씀해주셨다. 영상 판독 결과 암은 아닌것 같다. 라는 말씀을 하셨다. 하지만 PET CT와 조직검사를 통해서 안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좀 더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엄마와 나는 의사가 암은 아닌것 같다고 얘기할 정도면 희망을 걸어봐도 좋겠다면 좋아했다. 뭔가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3일차
오전 회진
오전 회진때 내가 없을떄 잠깐 교수가 다녀갔다. 교수가 엄마에게 ‘간유리 음영이 걱정된다’라는 말씀을 했다고 한다. 아니 어제는 암이 아닌것 같다고 희망찬 얘기를 해놓고, 왜 오늘은 다른 소리지? 뭔가 또 다시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엄마를 통해 듣다보면 나에게 전달되는 정보의 양이 거의 10프로 밖에 안되는 느낌이다. 그러다보니 나는 그 정보만 가지고 더 걱정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게다가 엄마는 병원 생활 3일차를 넘어가면서 극도로 지루해하셨다. 게다가 오전에 교수가 다른 소리를 하니 더 걱정만 늘어지고, 검사와 검사 시간에 남는 시간이 너무 많아서 빨리 병원에 나가고 싶다고 계속 말씀 하셔서 나도 좀 힘들었다.
기관지 초음파 내시경
이거는 나도 예전에 해봤지만 진짜 극악의 고통을 자랑하는 내시경이다. 마취를 하지만 수면마취는 아니고 국소마취로 진행을 하니 코로 들어오는 느낌과 폐에 닿는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검사를 마치고 나온 어머니는 눈가가 퉁퉁 불었고, 혈관이 터져서 상처도 보였다. 그래도 다행히 검사는 잘 끝났고, 검사후 객혈도 6시간 정도 지나서 사라지셨다. 이 검사하면서 환자들이 기흉도 생기고 부작용도 있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참 다행이다.
오후 회진
교수님이 잘하면 조직 검사 결과와 PET CT 결과는 내일 나오는데, 지금 의료 시스템이 망가져서 장담은 못한다고 한다. 길어지면 토요일, 다음주 월요일쯤 나올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냥 내일 퇴원하고 다음에 외래에 와서 결과를 듣는건 어떠냐고 말씀하셨다. 엄마는 빨리 나가고 싶으셔서 내일 나간다고 했다.
나는 오늘 오전에 말씀하셨던 간유리 음영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오늘 간유리 음영 얘기 하셨는데 이건 지금 상태가 어떻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교수님은 간유리는 지금이 아니라 다음에 걱정할 문제라고 말씀하셨다. 그럼 이번에 기관지 내시경이랑 PET CT로 간유리 검사도 같이 된거냐고 하니깐 그건 아니라고 한다. 이건 그냥 나중에 봐야할 문제라고 말씀하셨다. 뭔가 좀 찜찜한 대답이었다. 회진이 끝나고 ‘왜 이번에 간유리에 대한 검사를 안한거지?’ 라는 의문이 계속 남아서 답답했다. 첫 회진때 암은 아닌것 같다고 한건 뭐며, 간유리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그런 소리를 한게 말이 되는건가 하는 의문과 의심이 이어지다가 결국은 이 사람 진료는 제대로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다음 외래는 2주 뒤로 잡혔는데, 그 이유가 학회 참석이라고 해서 더 화가났다. 전공의들은 단체 파업하고 있어서 환자들은 난리인데 학회라고?
내가 참 많이 예민해졌다 생각했다. 현업 일도 바쁜 상황에서 눈치 보면서 휴가를 썼고, 엄마의 보호자는 나뿐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엄마가 아프기 시작하면 나의 생활 자체에도 큰 변화가 생긴다. 뭐 그런건 나도 감안하고 있지만 검사 단계에서 부터 시원하게 원인을 알 수 없고 일정도 길어서 더 답답하고 화가 난것 같다.
집에 가서 간유리 음영에 대해서 이것저것 조사를 해봤는데, 교수님이 말씀하신 ‘다음에 걱정해야 할 문제’ 라는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내일 만나면 다시 확실하게 물어봐야 겠다. 내가 예민해져봤자 상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쨌든 나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니깐 믿고 따르자. 그리고 모르는건 그때그때 빨리 빨리 물어보자.
4일차
오전 회진- 영상 통화 참석
이번 회진은 교수님은 컴퓨터에 있는 CT 결과들을 보면서 현재 상황을 설명해주셨다. 나는 오전에 엄마의 사업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스마트폰으로 원격으로 참여했다. 그냥 영상통화로 같이 회진 결과를 들었다. 사실 어제 회진때 시원한 답변을 못들어서 내가 일부러 엄마한테 꼭 영상통화로 연결해달라고 부탁했다. ‘
아직 조직 검사 결과는 나오지 않아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래도 CT 영상들을 보면서 어떤 부분들을 조직검사를 진행했는지에 대한 내용을 속시원히 들을 수 있었다. 그동안 회진은 말로만 진행되다 보니, 대체 어느 부위를 말하는 건지 헷갈렸다. (엄마는 병변이 여러개다) 그리고 어제 물어보지 못했던 왜 간유리 음영은 이번에 검사를 안했는지 여쭤봤는데, 간유리는 현재 크기도 매우 작고 이 부분은 추후 추적관찰로 커가는 걸 봐야한다고 말씀하셔서 어느정도 의문도 해소되었다. 어쨌든 지금은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퇴원
원래 4박 5일이었던 일정은 3박 4일로 마치고 끝이 났다. 다음 외래는 2주 뒤.
폐 조직 검사 결과
2주 뒤 외래가서 조직 검사 결과를 확인했다. 다행히 암은 아니다. 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암이 이렇게 있다, 없다로 확실히 구분되는건 아니라고 한다. 그래도 조직검사했을때 이렇게 저렇게 찔러봤는데 나오지 않은거면 암은 아닌것 같고, 계속 추적관찰을 해보자고 하셨다. 그리고 3.7cm 종양은 예전에 염증이 죽으면서 그 안에 균이 들어가서 사는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역시나 내가 예상했던 결과다. 그런데 이게 균으로 가게 되면 정확한 원인을 아는데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하셨다.
그러면 간유리는 상황이 어떻냐? 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간유리는 아직 크기가 작아서 고민할 단계가 아니고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하셨다. 일단 앞으로 계속 추적관찰을 진행할 거라도 말씀하셨다.
정말 다행으로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엄마는 좋아서 여기저기 좋아하고 난리인데, 솔직히 나는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엄마가 추울때마다 하던 잔기침을 없앨 방법을 찾지 못하고,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엄마가 지금 살고 있는 공간이 쾌적하지 못해서 이런 병이 생긴건 아닐까라는 마음 때문에 더 그랬다. 그래도 수술 안하고 항암치료 안받는게 어디냐… 나도 한달 반동안 쌓였던 긴장과 스트레스가 조금씩 풀리면서 갑자기 몸이 나른해지기 시작했다.
이번에 엄마 건강검진 부터 조직검사 결과 발표까지 여기저기 알아보고, 의료 파업까지 겹쳐서 정말 스트레스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언젠가 목이 좀 뻐근해서 만져보니, 임파선 쪽에 염증이 생겼더라. 스트레스때문에 걱정하고, 자기 전에 술도 많이 마시다보니 내몸도 망가져가는게 느껴졌다. 스트레스가 참 몸에 좋지 않구나. 라는 걸 이번 기회에 몸소 꺠달았다.
아무튼 엄마는 지금 딱히 먹을약은 없고(원인을 정확히 모르니), 수술도 없고 일단은 계속 잘 관리하는 수 밖에 없다. 이번에 엄마 조직검사하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엄마는 지금 당뇨도 좀 심하고, 류머티스 초기 증상도 보인다.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진 느낌이다. 아무튼 나는 또 엄마한테 잔소리를 늘어놓았고, 엄마는 알았어 알았어 하면서 평소의 습관을 잘 바꾸시진 못한다. 그래서 일부러 내가 요리를 해서 가져다 주면서 ‘이게 저탄수화물 고단백이야’하면서 하나하나씩 알려드리고 있다.
그러면서 나는 밤마다 맥주 마시고 자는 버릇을 고치지 못했는데, 오늘부터는 혼술 정말 끊을 생각이다. 여기다가 썼는데 웬만하면 지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