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실로 가득찬 수천 페이지짜리 중국이라는 백과사전
예전에 네이버에서 무료로 연재하던 책인데, 기회가 되어서 다시 접한 책이다. 평소에 중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이 많아서 중국 관련 교양수업도 듣고, 두번정도 중국 여행을 했었는데, 이 책은 내가 그동안 궁금했던 중국의 모습을 아주 잘 풀어서 서술하고 있다. 중국을 알아간다는 것은 말그대로 수천 페이지짜리 백과사전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과정과 비슷했다. 소설 '정글만리'는 내가 중국을 경험하면서 궁금했지만, 미처 알수 없었던 부분을 아주 시원시원하게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책]
이 책은 크게 두가지의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다. 왕링링과 재형의 사랑을 통해 중국의 문화를 보여주고 있고, 골드 그룹을 통해 현재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화해 가는 중국의 진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일단 그 중 송재형과 관련된 이야기 문구를 통해 중국의 문화 중 하나를 들여다볼 수 있다.
송재형을 통해 중국의 문화를 드러내다
송재형이 중국에 와서 놀란 일이 한두가지가 이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놀란 것이 남녀가 결혼 전에 벌이는 동거생활이다. 그건 결혼 전에 당연히, 자연스럽게 하는일이었다. ... 그런데 그 동거 생활이 한두번은 예사고, 네다섯번씩 하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것이야말로 중국식 실용주의인 셈이었다. 그러니 '정조관념'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할리 없었다. 공자님의 나라가 이 어찐 일인가 싶어 한동안 어리중절 했었다.
-정글만리, 어머니의 백기 中
이 부분을 읽고 2010년 중국 어느 대학교에서 잠시 머물렀던 경험이 떠올랐다. 그때 놀랐던 것은 수많은 탁구대를 차지한 연인들이었다. 탁구대 위에서 진한 키스와 애정행각을 하는 중국 젊은이들, 전혀 숨기거나 부끄러워하는 것 없이 당당히 표현하는 애정행각에 보는 내가 더 얼굴이 빨개졌다. 한국보다 보수적이라 생각했지만, 한국은 찜쪄먹을 정도로 애정행각이 공개적이고, 개방적이었다.
이 책에서는 이런 이유에 대해서 역사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는데, 그건 바로 마오저뚱과 문화대혁명으로 거슬러올라가야할 것이다. 원래 중국이라는 나라는 공자의 나라, 즉 유교 사상이 태동한 곳이다. 유교사상안에는 남존여비사상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남성의 권리나 지위 등을 여성보다 우위에 두어 존중하고 여성을 천시하는 사상 및 태도를 가지고 있다.
마오저뚱은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 봉건제, 구습 폐지 구호를 들고 나왔는데, 그 표적 중 하나가 바로 '공자 죽이기'였다. 이와 동시에 마오의 3대 명언 중 하나인 '세상의 반은 여자다'라는 말로 여권이 엄청나게 신장하게 되었다. 그렇다보니 정조나 순결이라는 여성의 자유에 저해되는 요소들이 없어져 지금과 같이 개방적인 사회가 되었다.
중국인 특유의 자부심
'친구로 대하면 친구고, 적으로 대하면 적이다' 미국 기자를 상대로 그런 말을 해버릴 수 있다니. 미국 기자면 곧 미국이나 마찬가지였다. 한국대학생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그것이 한국과 중국의 차이인가.
-정글만리, 대학생들의 배짱 中
중국에는 두가지 자부심. 세상의 중심이라는 부심과, 뭐든 크고 넓고 많다는 자부심과 긍지가 있다. 사실 이 부분은 중국에 친구가 있다면 잘알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에게는 뭐라 말할 수 없는 중국 특유의 자부심이 강하다. 가까운 중국인 친구가 없다면, 비정상 회담의 '장위안'을 보면 나는 그런 생각이 든다. 중국 특유의 자부심과 자긍심말이다.
최근 중국의 엄청난 경제성장, 그리고 자본주의...
'그런데 중국은 현재 우리보다 더 빠른 고속철을 손수 만들어내고, 이런 최신식 고층 빌딩도 척척 지을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지난 20여년 동안 그렇게 발전했다는 것인가?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 정글만리 1권, 깨끗한 돈 더러운 돈 中
<상하이 동방명주>
예전에 상하이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상하이의 동방명주. 멀리서부터 사람의 이목을 끄는 외계선과 같은 생김새 그리고 우리나라의 63빌딩보다 더 높게 지어진 빌딩들은 중국에 대해서 '재래식'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들은 완전히 깨버리는 위용이었다. 반면 도심을 벗어나면 나의 기존의 관념들을 입증시켜주는 전혀 다른 세계들이 펼쳐진다. 중국은 이렇게 G2라는 세계적 위용과 동시에 그 부의 순환을 나눠갖지 못한 농민공들의 비참한 생활상들이 공존하는 곳이다.
돈으로 모든게 판가름 나는 자본주의는 솔직하다. 그러나 야하다. 그리고 잔혹하다. '분하고 억울해 하지 마, 누가 돈 안내랬어 벌어 맘껏 벌어' 이게 자본 주의가 하는 말이다. 그래서 자신은 떼돈을 벌기 위해서 3등석보다 다섯배에 이르는 1등석을 타고 파리로 날아가는 것이다. 자크 카방은 손가락 끝으로 스튜어디스를 불렀다.
"와인"
-정글만리 일란성 쌍생아 中
정글만리는 이러한 극단적 두부류를 극명하게 나타낸다. 리완싱아리는 장완싱. 이름은 같지만 성이 다른 두 인물을 통해 자본주의의 씁슬하고 차가운 모습을 드러낸다. 리완싱은 엄청난 부를 거머쥐고 축첩행위를 하고 야외 수영장에 개를 풀어놓고 자신의 체면(멘쯔)를 위해 겉만 번지르르한 도깨비 빌딩을 세우는 자기과시적이고 탐욕적인 인물이다. 이에 반해 장완싱은 한달 30만원으로 생활하는 농민공으로서 어느날 공사장에서 떨어져 다치게 된다. 그는 최소한의 산재처리도 받지 못하고 병원비를 내지 못해 결국 불구가 되는 인물이다. 이런 극명한 대비를 통해 중국사회의 서늘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조정래 씨가 태백산맥이라는 이야기를 통해 분단의 역사를 보여줬듯, 정글만리 또한 중국에서 일하는 사업과와 유학생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스토리라인을 통해 현재 중국의 모습에 대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었고, 또한 알고는 있었지만 이유를 알지 못했던 부분을 알게 해준 책이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거듭하면서 우리는 중국과의 접촉을 피할 수가 없게 되었다. 세계 G2로 거듭나면서 우리는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더 공부를 해야한다. 조정래씨의 정글만리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대륙을 항해를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아주 좋은 책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