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번주 일요일부터 4박 5일동안 예정된 폐 조직검사가 의료 파업으로 연기되었다. 폐 조직 검사 3일 전까지 아무 소식이 없길래, 검사 받는데는 큰 지장이 없겠거니 했는데 3일 전날 갑작스럽게 병원으로 부터 통보를 받았다. 3월 중순으로 미뤄져서 우리 입장에서는 3주나 더 미뤄졌다. 솔직히 그때쯤이면 파업이 좀 잠잠해질까? 잘 모르겠다.
그러던 중 어머니는 강동에 있는 대학병원에 다녀오셨다. 10년전 결핵 치료를 담당했던 의사를 찾아갔고 혹시나 다른 소견이 있을까 해서 찾아갔다. 교수님은 아산병원 교수님과 다르게, 먼저 조영제 CT를 찍어보고 조직검사를 하자고 말씀하셨다. 사실 이때는 내가 엄마와 동행을 하지 못했는데, 함께 동행해서 이야기 좀 들어볼껄 그랬다.
그럼 조영제 CT를 찍고나면 암인지 아닌지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인가? 폐 CT 소견 상으로는 간유리 음영도 보이고, 3.7cm에 해당하는 결절까지 보이는 상황에서 조영제 CT 결과에서 ‘이건 암이 아닌데요?’ 하면 그것을 믿어야 하나? 저선량 CT를 보고 조직검사를 바로 가자고 했던 교수님은 왜 조영제 CT를 먼저 권하지 않은거지? 꼭 의사를 만나면 이런 질문이 떠오르지 않고 집에만 오면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어쨌든 간에 엄마는 조영제 CT를 찍은 결과로 성심병원에서도 이야기를 들어보겠다고 하신다. 뭐 그러라고 했다. 나는 거기서 괜찮다고 해서 아산병원에 가서 꼭 조직검사는 받아보라고 했다. 엄마는 알겠다고 한다.
폐 조직검사가 미뤄져서 정말 화나고 답답할 노릇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는 병원가는게 두려웠는데, 미뤄지니 긴장이 확풀렸다. 병원에서 힘든 검사를 하는 어머니를 보는 것도 마음이 아프고, 결과가 안좋게 나올까봐 병원가는걸 엄청 걱정했는데 미뤄진 느낌이다. 뭔가 기말고사 일정이 미뤄져서 당장의 기분은 좋지만, 결국은 폐안에 든것이 뭔지도 모른채 지내야 하는 고통의 시간은 더 길어진 것이다.
엄마가 대학병원도 찾아갔으니 두개의 소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성심병원은 조영제 CT 결과상 문제없으니 그냥 경과만 보자고 하고, 아산 병원에서는 혹시모르니 수술부터 하자고 하면? 그럼 분명히 나는 수술을 하자고 할 것이고, 엄마는 안한다고 하겠지. 그렇게 해서 내가 무리하게 수술을 시켰는데, 오히려 상태가 더 안좋아지면 어쩌지? 그떄는 아마도 좀 더 공신력있어보이는 병원의 결정을 따르게 되긴 하겠지.
계속 뭔가를 선택해야 하는데, 그 선택에서 생길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며 감당하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투병 생활을 하는 사람들 카페에 들어가봤는데, 다들 하는 말이 멘탈 잘 챙기라는 말이다.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뭐든 잘될거라고 생각하라고 한다. 그런 사람들이 예후도 좋고 병에도 잘 걸리지 않는다고…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동의한다. 그래서 오늘부터 엄마한테 하루 하루 감사한게 뭔지 일부러 물어보고 있다. 감사가 행복의 첫단추니깐 잊고 살았던 감사한것 부터 찾으면 좀 더 긍정적인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깐. 엄마한테 전화 끊기 전에 오늘 감사한게 없어도 쥐어 짜내서라도 딱 세가지만 말하고 전화 끊으라고, 완전 F 성향인 엄마는 감사한 거 2번쨰 얘기하면서 뭔가 감정이 복받친것 같지만 애써 티는 내지 않으시려 한다. 어쨌든 나부터 멘탈 잘 챙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