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행 열한번째날 _ 맥간, 지옥의 트리운드 트래킹
< 이동 경로 >
트리운드 정상 -> 하산 -> 아카시 호텔 -> 라파네 집
“두두두둑”
“다다다닥”
“쏴아~”
“소복소복”
첫번째 소리는 비가 찔금찔금 올때 소리고
두번쨰 소리는 우박이 내릴때 소리고
세번쨰 소리는 비나 우박이 텐트를 마구 휘갈길때 내는 소리고
마지막 소리는 눈이 내리는 소리다.
새벽에
이 4가지 소리의 변주를 들으면서
텐트 안에 갇혀있었다.
갑자기 쏟아진 비는 내가 입던 옷을 흥건히 젖게 했고,
나는 체온이 떨어져 텐트 안에서 덜덜 떨어야만 했다.
침낭 없이 잔다는 게 미친짓이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계속 몸이 떨렸고, 어제 먹은 럼주때문에 더 정신이 없다.
텐트 맨 가에 누워 있어서 비닐을 통해 눈이 느껴졌다.
차갑다.
내 핸드폰은 어디갔을까.
베개가 없어서 손베개를 하고 싶은데
손을 올리자니 체온을 빼앗긴다.
게다가 또 발에 쥐가 난다.
추운데 쥐가 나니 미칠 노릇이다. 빨리 해가 뜨기만을 기도했다.
해가 뜨기 시작하자. 쿤상이 먼저 일어났다.
‘아 다행이다. 그래도 해가 뜨는 구나.’
해가뜨는게 이렇게 감사할 줄이야.
사람들이 하나둘 나가길래 나도 같이 나갔다.
어제까지 초록과 황토색을 뽐내던 트리운드가 하얗게 변했다.
하얀 것이 그렇게 무섭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다.
너무 추워서, 몸이 극도로 떨렸다.
오줌도 누고 땀도 좀 낼겸 좀 걸었는데, 소용이 없었다.
계속 떨고 떨었다.
다시 텐트로 돌아왔다. 누군가 나에게 침낭을 건냈다.
침낭안에 있으니까 조금 낫다.
다들 티를 마시러 나간사이에 계속 잠을 잤다.
조금씩 기운을 회복해 나가고 있는 참에 텐트를 빼야해서 아픈 몸을 이끌고 나왔다.
일단 짐을 옮긴 후에 근처 오두막에서 휴식을 취했다.
눕지도 못하고 몸은 춥고, 어제 먹은 술 때문에 오바이트까지 날 것 같다.
럼콕. 망할. 다시는 안먹어.
기상상황이 안좋아 아마 여기에 하루 더 묵을 수도 있다고 한다.
‘아 끔찍해… ㅠㅠ’
쿤상은 게스트 하우스를 알아보러 갔는데, 사실 그냥 내려가길 바랐다.
너무 자고 싶고 쉬고 싶다. 다들 나를 걱정했다.
정말 티내고 싶지 않은데, 이날은 정말 힘들었다.
다행히 하산 결정이나고 산을 내려갔다.
암튼 미친 듯한 우박. 사방에서 휘갈겨대는 비비탄 총같은 우박을 뚫고 우린 내려왔다.
다행히 무사히 하산했다. 하지만 오늘 당장 묵을 곳이 없어 같이 트래킹했던 누나랑 숙소를 알아보았다.
거의 50분을 해메서 나는 아카시 호텔, 누나는 근처 호텔에 머물렀다.
거울을 보는데 얼굴이 무척 빨개져 있었다.
호텔에 오니까 더 피곤하다.
저녁을 먹으러 라파네 집에 갔다.
밥을 해줬는데, 와 진짜 감동.
남자가 어느정도 요리는 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의 입을 즐겁게 하는 것. 그것도 멋진일이다.
밥먹으면서 같이 트레킹했던 티벳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99년도에 혼자 이땅에 보내졌다는것. (거의 중학생, 초등학생일 때)
여기서도 끊임 없이 중국정부스파이의 감시를 받고 있다는 것.
핸드폰이 도청되고 있다는 것
어제 신나게 불렀던 노래는 거의 대부분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내용이라는 것.
정말 세상은 넓고,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가 많다.
멕그로드 간즈가 나에게 관광지라는 곳에서
좀 더 무거운 느낌으로 바뀌어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