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좀 쉬고 싶은데요”
라는 문장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첫 문장처럼 이 책은 개발자가 휴직을 하며 느꼈던 생각들을 담은 책이다.
개발자로 회사에 입사해 11년 동안 열심히 일한 저자는 어느 순간 ‘월급을 받고 코드를 찍어내는 자판기가 된 듯한 기분’에 휩싸이게 된다. 그렇게 이직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고 결국 이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직한 직장에서는 예전회사와 다른 방면에서 불만족’을 느끼게 된다.
‘일이 힘든 것보다 맡은 일이 정말로 내가 원하고 재미있어서 하는 일인지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되었다. 이전 직장에서 했던 일과 비슷한 일은 프로젝트 한두 개가 끝나면 끝나리라 생각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함께 일한 팀원들이 일을 잘해준 덕분에 프로젝트가 계속 이어졌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한다는 생각이 많아질수록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는 게 힘들어졌다.’
저자는 이런 마음에 맞지 않는 프로젝트가 끝나면 재충전할 시간을 노리지만, 다음 PM을 맡게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결국 이직을 결심하게 된다.
시지프스의 삶을 벗어나다
2장은 그렇게 휴직을 결심하고 나서부터의 이야기이다.휴직을 하면서 자신의 직장생활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자신과 달리 열심히 현업에서 뛰고 있는 친구 그리고 전공발산법칙(자신이 전공했던 분야와 무관한 직업을 가지게 된다는 법칙)에 따라 새로운 삶을 시작한 친구들을 만나며 자신의 직장 생활에 대해 회고하기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읽게 읽은 부분이기도 하다.저자가 지나왔던 개발자로서의 길을 통해 저자가 겪어던 회사생활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휴직하면서 만난 지인들, 기존에 하던일과는 전혀 다른 일들을 하는 친구들을 통해 또다른 길에서의 삶을 재조명해서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결국 휴직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이 담겨있는데, 개인적으로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고 이것 저것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었다.
특히 열정에 관한 부분이 가장 와닿았다.
“내 경험을 돌이켜 보면 열정은 배터리와 비슷한 것 같다. 배터리는 용량이 한정되어 있듯 사람들이 가진 열정에도 용량의 한계가 있다. 일반적인 배터리는 충전기에 연결해서 쉽게 충전할 수 있지만 열정은 외부에서 쉽게 충전하지도 못하고 자신이 스스로 충전하지도 못한다. 열정이라는 배터리는 남아 있는 열정이 스스로 발전을 해서 충전하는 메커니즘이다. 이런 한계를 망각한 채 자가발전을 할 열정을 남겨 두지 않은 채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너무 사용하지 않아서 열정이 모두 방전되고 나면 치유가 불가능할 수도 있는 후천성 열정 결핍증에 걸리게 된다.”
“줄을 너무 당기거나 너무 느슨하게 하면 연주를 할 수 없다”
Back to the work!
저자는 휴직을 마치고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게 된다.그리고 자신이 예전에 다니던 회사, 그리고 휴직기간이 자신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회고한다.
“휴직하기 전 난 직장생활이 빛을 쫒아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중략) 그래서 내 자신에게 더 많은 채찍을 가했다.(중략) 더는 달릴 힘이 없어졌을 때 난 땅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내가 쫒던 빛은 그 순간 한점으로 변해 사라지고 말았다. 거친 숨을 내쉬면서 땅에 쓰러졌을 때 나는 다시 달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빛을 향해 달리는 과정이었지만 이제 빛만을 쫓지는 않는다. 이렇게 달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재미 있다. 빛을 향해 시선을 고정하지 않으니 주위에서 내가 놓쳤던 풍경도 눈에 들어 온다.”
쉼, 그리고 돌이킴에 대한 이야기. IT업계에서 경력이 끊긴다는 것은 꽤나 큰 리스크를 안고 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휴직을 결심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과정에 대해 진솔하게 그려져 있다. 무엇보다 현재 IT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으로서 IT 현업에 대해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점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