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의 자전거 여행기] 강릉에서 동해까지 63.7km 1박 2일 종주 (두번째편)
안보 전시관에서 나오니 빗방울이 떨어졌다.
어찌나 빗방울이 굵던지 빗소리가 소금이 떨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드디어 정동진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그 토록 마시고 싶었던 포카리를 백사장에 꽂아두었다.
이 때부턴 멍하니 바다만 바라보았다.
생각해보니 잘 곳이 문제였다.
돈없이 온 여행이라, 숙박비는 쓰지 말자는 원칙을 세웠는데
벌써부터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일단 잘 곳을 찾아 헤매다가 교회에 부탁을 해보기로 했다.
예전에 무전 여행하던 친구가 가장 많이 찾던 곳이 교회라고 했다.
그래서 GPS를 이용해서 교회를 찾아 나섰다.
GPS를 따라 온 거리다.
분명히 GPS는 여기에 교회에 있다고 하는데 눈 씻고 찾아봐도 교회는 없다.
그래서 향토 하우스 주인 아주머니께
“혹시 여기 근처에 교회가 있습니까?” 라고 물어보니
내가 왔던 길로 돌아가서 조금만 뒤져보면 있다는 것이다.
주인 아주머니께서 내가 초췌해 보였는지, 밥은 먹고 다니라며
저녁을 차려 주셨다.
옥상에서 남편분과 저녁을 드시고 계셨는데
밥과 반찬을 내 것 까지 챙겨주셨다.
옥상에서 먹는 밥. 뭔가 특이한 경험이었다.
아주머니가 내가 아들같다며 아들과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이제 교회로 향할 차례다.
올라왔던 길을 단숨에 내려갔다. 이미 해는 저물어 있었다.
민박집 손님을 구하시던 할머니께 길을 물어 교회를 찾았다.
그런데 지금 시간대가 저녁 예배 시간이라 한 시간 뒤에 오기로 했다.
정동진 해변으로 가니 이렇게 공연을 하고 있다.
원래 딱 맥주 한 캔만 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 날 교회에서 꼭 자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럴 수가 없었다.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기도를 올리는 장소니 예의를 지키자.
교회에 도착했다.
이제 저녁 예배는 모두 마친 후 였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층 집에 불이 켜져있었다.
"계십니까?"
분명히 TV 소리가 들리는데 응답이 오질 않는다.
TV보느라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한 걸까?
그래서 좀 더 크게 "계십니까? 누구 없어요?"라고 외친다.
스포츠 뉴스의 해설 만이 응답으로 들려왔다.
그렇게 5분 정도를 불렀던 것 같다. 분명히 사람이 있는데, 응답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쿵"하는 문 닫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어느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가 이 밤에 밖에서 자꾸 불러대~! 한 번 밖에 확인 해봐"
그러더니 창문에 50대 중년 아저씨의 얼굴이 드러났다.
"서울에서 온 여행객인데요. 오늘 묵을 곳이 없어서 그런데 하루만 좀 묵을 수 있을까요?"
그러더니 1층으로 내려오셨다.
오늘 예배당에서 하루만 묵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서울 강동구에서 왔다고 했다.
그러더니 내일 새벽얘배 4시 20분에 하니까 그 전에 나가라며 승낙해 주셨다.
그리고 화장실의 위치와 조명을 켜도 좋다는 이야기도 해주셨다.
무전여행 하는 내 친구의 블로그를 보면 퇴짜도 맞고 그랬는데
너무 쉽게 잠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이런게 초심자의 행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