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날.
아침부터 엄마는 일을하며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너 있을때가 든든했는데…”
“이제 너 가면 무슨 재미로 사냐”
“2월 말이 아니라 좀 더 일찍 올 수도 있는거지?”
혼자 가게 일을 하시는 엄마에게 80일간의 여행을 말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엄마는 일때문에 거의 여행을 못해보셨고, 무척 위험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무엇보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위험한 남미땅에 보낸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솔직히 여행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가족이 아닐까 싶다.
나를 위해 고생하신 어머니,
나를 위해 지금도 고생하고 있을 어머니를 위해 빨리 안정을 찾아야할 판에
돈쓰고 시간쓰는 거기다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위험을 껴안고 여행을 간다고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부모밑에 있어서는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지난 세월동안 뼈저리게 느껴왔다.
부모님은 나를 키워주신 정말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지만,
역설적으로 나의 성장을 방해하기도 한다.
나는 여행이 돈쓰고 시간쓰는 소모적인 것일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꽤 괜찮은 ‘성장촉진제’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뭘 못배워도 좋다. 거기서 느낀 시간과 감정들이 언젠가 미소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또한 낯선 세상을 통해 느끼는 생존본능은 나를 좀 더 지혜롭게, 좀 더 강하게 만들어준다.
누가봤을때 겨우 80일 여행이지만, 내 나름대로 큰 결심이었다.
이젠 따듯한 가족의 품을 떠나,
내가 바라고 바래왔던 멋진 세상을 위해 한걸음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