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와서 외로이 놀다간 곳, 보고타 Parque 93, ZonaT – 3일차

<이동경로>

황금박물관 -> 후안발데스커피점 -> 로스 안데스 대학교-> 몬세라떼언덕-> Zona T -> Parque 93

@콜롬비아 보고타, 라스아구아스역

스 아구아스역 앞에 앉아, 지나가는 콜롬비아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뭐 서울만큼은 아니지만, 도시 어딜가나 바쁜건 마찬가지인가보다. 그렇게 역에서 죽치고 있는데, 갑자기 잡상인이 와서 나에게 팔찌를 사라고 한다. 스페인어로 뭐라고 말을 했는데, 나는 그저 웃으며 “No hablo espanol(노 아블로 에스파뇰: 나 스페인어 못해요)”라고 대답했다. 

그러더니 나한테 뭐라고 했는데, 그에게서 우러나오는 비언어적인 행동으로 봤을땐, 나를 비꼬는 말이었던 것 같다. 뭐 기분이 좀 나쁘긴 했다만, 의미도 모르고 그냥 ‘별거 아닌데, 내가 나쁘게 해석한 거겠지’하며 정신승리를 시작한다. 
아무튼 어제 안나가 추천해준 보고타의 관광명소 Zona TParque 93을 가보기로 했다. 일단 어제처럼 트랜스밀레니오를 타기에는 너무 사람도 많고, 복잡해서 그냥 택시를 타기로 했다.

처음으로 콜롬비아 택시타기를 도전!

@ 콜롬비아 보고타, 택시


반가운 우리나라 현대차다. 그런데 보고타 교통이 생각보다 그렇게 좋지 않다. 중간에 차가막혀서 15분만에 갈 거리를 거의 50분 만에 도착했다. 
택시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미터기도 있다. 난 미터기에 150이라 찍혀있길래, 나는 15000페소를 내야하는 줄 알고 “그냥 여기서 내릴게요”라는 몸짓을 보였다. (참고로 이럴땐 “aqui for pavor”[아끼 뽀르빠보르]:(여기서 내릴게요) 하면된다.)
근데 막상 돈은 12000페소를 내었다. 이게 150이 의미하는게, 여기에 X100을 의미하는게 아니라, 150에 해당하는 금액이 택시 요금표에 책정이 되어있다. 생각보다 보고타 교통체증이 심해, 정체된 구간이 많아 이 정도가 나왔다.

아무튼 Zona T구역에서 조금 떨어진 구역에서 내리는 바람에 열심히 길을 찾아갔다.

@콜롬비아 보고타, ZONA T



Zona T는 T자 모양의 길에 다양한 음식점과 쇼핑몰, 백화점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홍대와 비슷한 곳이다. 보고타에서 제일 잘나가고, 놀것 많은 동네라고 하는데, 밤이 되면 흥이 두배가 되는 곳이기도 하다. 언젠가 여기서 밥을 먹고 지나가는데, 젊은 남녀들이 달리는 버스안에서 신나게 춤을 추고있을 정도로 열기가 넘치는 곳!

@콜롬비아 보고타, ZONA T


여기는 참 멋지고 놀거 많은 동네지만 문제는 나 혼자와서 ‘혼자’ 심심하다는 것이다. 나홀로 여행할때 가면 좋은 곳이 있고, 나쁜 곳이 있는데 여기는 혼자오기에는 좀 그랬다. 뭐 넉살이 좋다면야 아무나 잡고 같이 놀수야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넉살이 좋은 사람은 아니다.

@ 콜롬비아 보고타, BBC(BOGOTA BEER COMPANY)

여기저기 구경하던 중 BBC를 발견했다. BBC는 Bogota Beer Company의 약자로,로컬 수제 맥주를 판매하는 곳이다. BBC는 보고타 뿐만 아니라, 콜롬비아 전역에서 알아주는 맥주집으로 유명하다. 마침 출출하던 차에 들어가서 맥주와 햄버거를 먹기로 했다. 

@ 콜롬비아 보고타, BBC(BOGOTA BEER COMPANY)

뭘 먹어야 될지 몰라 일단 무난한 라거와 햄버거를 시켰다. 콜롬비아 맥주는 한번도 안 마셔봤는데, 정말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가격은 싼편은 아니다. 햄버거 세트랑 맥주 까지 총 32000 페소정도(우리돈 12000원 정도)가 나왔다.


@ 콜롬비아 보고타, Parque 93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Parque 93(빠르께 93)으로 향했다. Parque 93은 한국말로 93공원이라고 해서, 93번가에 있는 공원이라는 뜻이다. 넓은 잔디밭과 주변의 음식점들로 인해 유명하다. 특히나 풀밭에 누워서 여가를 즐기기에는 좋은 곳이다. 

Zona T에서 걸어갔는데, 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 콜롬비아 보고타, Parque 93

Parque 93은 도심 공원 같은 느낌이다. 풀밭에서 누워서 서로 담소를 나누거나, 책을 읽거나 공원 벤치에서 커피와 맥주를 마시는 그런 공원 말이다. 공원 주변으로 Zona T처럼 다양한 음식점과 상점들이 즐비해 있었다. 스타벅스, 후안 발데스 커피, 맥도날드, 등등… 하지만 역시나 여기도 혼자오기 좋은 곳은 아니다.

@콜롬비아 보고타, 자전거 도로


보고타는 자전거 도로가 정말 발달되어 있다. 실제로 주말 특정 시간대에는 도로에 자전거랑 사람만 다닐 수 있다고 한다. 인도랑 자전거 도로랑 위에서 보듯 같이 있는 곳이 많으니, 걸을 때 주의하여야 한다. (생각해보니 한국도 그러네)

저녁 5시 반이 넘어가면서 해가 지기 시작한다. 아직까지는 보고타가 무섭다. 그래서 더 늦기전에 들어가려고 택시를 잡아타려고 했는데, 교통 체증으로 길이 너무 막혀있었다. 그래서 숙소가는 방면으로 일단 계속 걷다가,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기사가 나를 보며 반가운지, 뭐라고 했는데 나는 그저 “No hablo espanol(스페인어 못해요)”이라 할 뿐이다.

“No hablo espanol”은 사실 어쩌면 여행의 재미를 반으로 감소시키는 말이 아닐까 싶다. 외국인과 대화를 하다보면 사실 몇개 언어와 바디랭귀지 만으로 소통이 된다. 그렇게 처절하게 소통을 하고나서 서로의 의미를 알아챘을때의 쾌감, 그리고 소통의 과정에서 알게되는 상대의 미묘한 제스처와 표정변화는 서로의 언어를 잘 알지 못했을 때나 가능한 일종의 ‘게임’이다. 하지만 “노 아블로 에스파뇰”은 그런 게임이 시작되기 전에, 대화를 닫아버리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귀찮은 사람 처치할때는 꽤나 유용한데, 자주쓰면 재미없다.


숙소근처에 도착하니 길거리에서 무슨 축제를 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어제 잘때도 근처에서 축제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오늘도 하나보다. 피곤해서 맥주랑 샴푸만 사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콜롬비아의 축제가 궁금해서 한번 둘러보기로 했다.


한국의 어느 단체에서 공연을 온 모양이다. 음향팀까지 있는 것으로 보아 준비를 단단히 한것 같다. 


반응이 아주 뜨겁다.

다양한 거리 예술이 펼쳐지고 있다.

흥미로운 오락거리들도 많다.
그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이것.


무슨 햄토리같이 생긴 귀여운 아기들을 경주시키는 건데, 마치 우리나라 경마장과 비슷하게 특정 바가지에 돈을 걸고, 햄토리가 그 바가지에 들어가면 돈을 얻어가는 방식인가 그랬다.

이것이 남미의 열정인가 했지만, 나는 너무 피곤했고 손에 짐보따리가 들려 있었다. 그래서 조금만 구경하고, 바로 숙소로 향했다. 숙소로 가서 샤워하고 맥주한잔하고 자려했지만, 정말 눕자마자 잠이 들어 새벽 4시에 어제 일을 정리 중이다 .



나 혼자와서 혼자외로이 놀다간 곳, 보고타 Parque 93, ZonaT – 3일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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