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콜롬비아 사람들 – 4일차

<이동경로>

볼리바르광장 -> 라 깐델리라 구역 -> 로컬 음식점 -> 하베리아나대학교 -> 우사켄 -> Zona T



벽 3시 40분. 적막한 어둠이 만연하고, 열기넘치던 거리도 잠잠한 시각. 아무도 깨어있지 않을 것 같은 시간에 눈이 저절도 떠졌다. 아직 시차적응 중이라 계속 새벽에 깬다. 더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아 일어나서 어제일을 정리한다.


오늘이면 보고타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가려한다. 꽃과 미녀로 유명한 메데인을 갈지, 커피투어를 하러 마니살레스를 갈지 아직 모르겠다. 일단 오늘 할일이나 고민해야겠다. 


오늘은 주말이다. 들어본 바로는 콜롬비아의 주말에는 광장마다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은 보고타의 유명한 관광지 볼리바르 광장과, 보테로 미술관 그리고 보고타 라칸델라리아 역사지구를 둘러봐야겠다.



주린배를 채우기 위해 길거리를 서성거렸다. 식당도 찾을겸 거리 구경도 할겸, 쭉 이어진 길을 따라 무작정 걸었다. 중간에 싸고 괜찮아 보이는 음식점이 있어서 들어갔는데, 흠… 정말 별로였다.


  볼리바르 광장, 사람보다 비둘기


아침을 해결하고, 보고타 온다면 누구나 간다는 볼리바르 광장을 가기 위해, 길거리를 쏘다녔다. 분명 지도에 표시한데로 가고 있는데 왜 난 헤메고 있지? 결국 길을 찾지 못해, 길거리를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께 “Donde este Bolivar?”(“볼리바르 광장 어디니?”)라고 물어봤지만, 나의 싸구려 스페인어 발음은 먹히질 않았다. 내가 자꾸 스페인어도 못하고, 버벅대고 헤메고 있는 모습이 불쌍했는지, 예쁜 프랑스 여인이 다가와 영어로 친절히 길을 알려주었다. 



볼리바르 광장 도착!






시몬 볼리바르는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등 다섯 나라를 스페인의 식민 통치로부터 해방시킨 아주 위대한 인물이다. 그래서 남미를 여행하면 ‘시몬 볼리바르’라는 이름은 광장이든 동상이든 길이든 정말 많이 마주치게 된다.





생각보다 크고 멋있었지만, 어째 사람보다 비둘기가 많다. 내가 볼리바르 광장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이른시간이라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저녁 때 즈음에 가면, 정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가족단위, 연인단위로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서 다양한 거리공연을 즐기며 즐거운 오후를 보낸다.





볼리바르 광장을 보고나서, 주변을 돌아댕겼다. 광장 주변에는 오래되어 보이는 듯한 성당과 콜롬비아 고위층이 일하는 건물들이 많이 보였다.




걷다보니 여러사람들이 모여 있길래, 같이 구경을 했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앞에 나오면, 군악대가 연주를 하고 모든 군인들은 일제히 그를 향해 경례를 올린다. 우리나라 군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저걸 준비하기 위해 고생했을 졸병들의 모습이 눈에 훤히 보인다. 군인 시절때 가장 지루했던 시간이었다.




  라 칸델라리아 지구, 내가 받게 될 친절의 시작…


라 칸델라리아 역사지구를 이리저리 둘러 보고 있다가, 웬지 이길을 쭈욱 따라가면 재미있는 게 있을 것 같아 그리로 갔다. 그런데 갑자기 경찰이 와서 나를 막는것 아닌가?! 알고보니 지나가던 보고타 시민이 내가 그쪽으로 가는 걸 보고 경찰한테 알려준 것이다.


“거긴 위험하다 가지마라. 그리고 카메라 꺼내놓고 다니지 마라”


나는 연신 “그라시아스”를 연발하며, 그가 알려준 길로 갔다. 그는 내 모습이 위험 지역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내 뒷모습을 지켜봐주었다.


겁나 친절하다…


그리고 이 친절은 앞으로 내가 받게될 친절의 시작이었다.




@La Candalaria, 라 깐델라리아 지구


라 칸델라리아 역사지구를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집들이 정말 알록달록하게 예쁘다. 예뻐서 열심히 사진을 찍다보면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을 마주친다. 이런 상황을 마주하면 괜히 뻘쭘해진다. 누구에게는 생계의 최소 수단, 또는 식민지 시절의 아픔이지만, 나에게는 그저 아름다운 구경거리에 불과해지니깐 말이다.


콜롬비아 도시에서 야마를 만날 줄이야…

  나홀로 여행중 처음으로 친구를 사귀다…


라 칸델라리아 역사지구 구경을 마치고, 후안 발데스 커피점에서 쉬고 있던 중. 친구가 소개시켜준 콜롬비아인에게 연락이 왔다. 만나잰다. 나는 약간의 대인기피증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도 외국인을 만나려고 하자니 갑자기 긴장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4일간 혼자다니면서 느낀 외로움이 더 컸는지, 이따가 후안발데스 커피점앞에서 보기로 했다.

설렘과 긴장을 안고 안나와 그의 남편 마리오를 만났다. 그리고 그들은 나를 콜롬비아 로컬 음식점에 데리고 갔다.

정말 줄서서 먹을 정도로 유명한 곳인가 보다. 거기서 이름은 기억안나지만, 바나나 비슷한  채소(플라타노 : plátano)로 만든 요리와 스테이크를 먹었다. 배불러서 다 먹지 못할 정도였다. 더군다나 안나와 마리오는 밥도 나에게 대접했다. 언젠가부터 처음의 불안감은 온데 간데 없고, 나의 허접한 영어로 서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밥을 먹고 나서 그들이 우사켄을 추천해서 같이 가기로 했는데, 도중에 내가 콜롬비아의 대학교에 꼭 한번 가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보안이 너무 철저해서 들어갈 수 없는데, 혹시 가줄 수 있냐고 묻더니 마침 안나가 대학교에서 강사를 하고 있어서, 대학 캠퍼스에 갈 수 있는 영광을 누렸다.



@Javeriana Universidad, 하베리아나 대학교



나는 어느 나라를 가나, 그 나라 대학건물은 꼭 가본다. 캠퍼스의 활기와 열정이 나에게 좋은 기운을 주기때문이다. 그런데 콜롬비아에 있는 대학교는 보안이 철저해서 들어갈 수 없었는데, 현재 안나가 여기서 강의를 하고 있어서 같이 들어 갈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알고보니 안나와 마리오는 같은 대학교 출신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학교 다닌 시기는 서로 달라, 캠퍼스 내에서 연애를 해보진 못했다고 한다. 아무튼 지금 온 하베리아나 대학교는 콜롬비아 내에서 꽤 유명한 대학에 속하는가보다. 


학교 구경을 마치고, 우사켄으로 향했다.


우사켄(Usaquen)은 수제 공예품, 수제 옷, 콜롬비아 전통 물품을 팔고 다양한 거리 공연들과 상점들이 즐비한 곳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우러진 인사동에 가까운 느낌이다. 


계속 저렇게 가만히 있다가 돈을 넣어주면, 각기 춤을 주고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다. 저거 움직이게 하고 싶어서 애들이 돈을 많이 넣더라. 안나가 나에게 구경시켜준다고, 동전을 꺼내서 아저씨에게 주니, 춤을 춘다.


‘와 이렇게도 돈을 버는구나’





그리고 전통술(CANERAZO)이라며 소개해 준 곳인데, 우리나라 한약맛이 난다. 하도 써서 얼굴을 찡그렸더니 안나와 마리오는 예상했었다는 듯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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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수제 제품도 팔고 있다. 특히나 예쁜 팔지가 많아 하나 살까 하다가, 벌써부터 지출을 하고 싶지 않아서 자제했다. (근데 생각해보면 콜롬비아에서 샀어야 했다. 사랑스러운 콜롬비아 물가…)



우사켄 구경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Zona T로 갔다. 어제는 ‘혼자와서 혼자 심심한 곳’이었던 곳이었는데, 오늘은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같이 오게 되었다.




샌드위치가게 인데 재료 자체를 일일히 선택해야한다. 어떤 재료를 넣는가에 대해 안나와 마리오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붙었다. 우여곡절끝에 주문을 완료했고, 나와 안나가 반반씩 계산을 했다. 사실 이것도 안나가 사려고 했는데, 내가 조금이라도 보태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낸거다.


이건 콜롬비아 댄싱 버스라고 한다. 역시 남미 열정.

그렇게 Zona T구경을 마치고, 안나와 마리오와 헤어졌다. 이제 가면 언제보나. 


오늘도 집에 오자마자 거의 완전히 뻗어버렸다. 원래 오늘 마니살레스나, 메데인 둘 중 한 곳을 정해 떠나려고 했으나, 안나와 마리오와 만나면서 보고타에 하루 더 머물게 되었다. 그리고 마리오는 나에게 메데인은 정말 꼭 가보라고 했다. “메데인 여자들! 와우…!”하면서… 


그렇게 난 메데인을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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