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경로>
하르틴 보타니코(jardin botanico de medellin:메데진 식물원) -> 아르비 공원(arvi park)
오늘은 가브리엘라와 산드라와 함께 메데진에 있는 멋진 식물원에 가기로 했다.
메트로를 타고 Universidad역에서 내리고, 조금만 걸어가면 하르딘 보타니코 (Jardin botanico de medellin)에 도착한다.
하르딘 보타니코는 식물정원이라는 뜻으로, 다양한 나무와 꽃들을 볼 수있는 곳이다. 생각보다 식물원이 커서, 둘러보기 좋다.
콜롬비아 모녀, 산드라와 가브리엘라.
걷다보면 다양한 동물도 볼 수 있다.
고양이도 있고….
이구아나도 있다….?
사람들한테 가서 달라붙기도 하는데, 마침 가브리엘라 손에도 사뿐히 앉아있다.
이건 산드라가 좋아하는 꽃 카틀레야.
콜롬비아 국화라고 한다.(근데 기억이 오래되서 이게 그 꽃인지는 기억이 가물가물. 암튼 비슷하게 생김)
식물원을 둘러보고, 점심을 해결하고 다음에는 다양한 과학전시를 볼 수 있는 곳으로 향했다.
처음엔 이게 뭔가 싶었는데, 저 돔형 스크린에서 우주를 감상할 수 있다.
오늘 오전부터 식물원을 싸돌아다녀서 피곤한지, 나는 중간에 잠이 들어버렸다.
지각운동, 회오리, 화성의 순환 등등 다양한 과학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가브리엘라는 정말 호기심이 많다. 거기서 일하는 스태프들 한명한명한테 궁금한 것을 모조리 물어본다. 궁금한 것을 못참고, 바로바로 물어보는 성격인 것 같다. 역시 애가 똘똘한 이유가 있었다.
오후 3시쯤 박물관 체험을 마치고, 나는 아르비공원(arvi park)으로 가기로 한다.
두 모녀는 이미 arvi park에 갔다와서, 나 혼자 가게 되었다.
이때 까지만 해도 나는 arvi park에 가면 메데진의 시내 야경을 한눈에, 그것도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런 잘못된 생각을 했던 것은 첫째로 나는 arvi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는 상태였고, 둘째로 arvi에 가기 위해서는 케이블카를 타야한다는 말을 듣고는 “아 이 곳에 가면 메데진의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아르비 공원(arvi park)은 자연 생태 공원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설악산 국립공원’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뭐 아무튼 메데진의 야경을 볼 수 있다는 순진하고 헛된 희망을 품고 arvi park로 가기로 한다. arvi park로 가기 위해서는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가야한다. acevedo역으로 간뒤, arvi park로 가기 위해선 중간에 케이블카 탑승장에서 갈아타야 한다.
acevedo역에서 케이블 타고 올라가면, arvi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로 한번 더 갈아타야 한다.
음…한번 걸어올라 가볼까?
결국 케이블카 탑승장에서 케이블카는 안타고 내려서 걸어올라가는 것을 시도한다. (절대 그러지 마세요…)
이 동네는 내가 묵고있는 poblado와 분위기가 매우다르다.
일단 겉보기에서 느껴지는 빈부격차.
계속 올라가던 중 도저히 arvi park로 올라가는 길을 찾을 수 없어, 지나가는 꼬마애 한테 묻었는데, “No….. No…”라고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든다. 스페인어도 잘 안되고, “결국에는 길이 있겠지?”라는 말도안되는 생각으로 계속 올라가본다.
하지만 결국 포기.
일단 불량해보이는 형씨들이 자꾸 나를 주시하고 있는데, 아무리 봐도 나를 도와줄 사람 한명 없어 보인다. 나는 스페인어도 안되고, 혼자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케이블 카를 다시 타러갔다.
arvi park로 올라가는 데, 메데진의 시내 풍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곧 시내의 뷰가 한눈에 보이는 정상에서 내려주겠지? 라고 생각을 했는데, 웬걸…
케이블카는 이상한 숲을 통과하기 시작한다.
정말 어떻게 여기다가 케이블카를 만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다.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기 시작한다……
거의 케이블카를 30분 정도 타고 나서, arvi park에 도착했다.
아 ‘arvi park가 이 arvi park였어?’
내가 생각했던 arvi park와는 완전히 다르다.
아…. 구글 검색이라도 해보고 왔어야 했는데, 너무 대책없이 와버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내가 arvi park에 도착한 시간은 5시인데, 돌아가는 케이블카는 5시 반이면 운행이 종료된다고 한다.
대신 메데진으로 가는 버스가 있긴 한데, 8시까지 버스정류장에 와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뭔가 이 arvi park란 곳은 내 생각 이상으로 큰 것 같다.
그렇다고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돌아가자니, 여기 온게 아깝다.
가브리엘라가 말한 ‘호수’정도는 보고가자! 라는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한다.
지나가는 아주머니에게 “호수가 가깝냐. 걸어서 갈 수 있냐”고 물었는데,
여기서 가깝고 걸어갈 수도 있을거야 라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호수는 보이지 않는다.
뭔가 늪에 빠진 기분이다.
왜 나는 그렇게 이유없이 자신만만했던가.
점점 시간은 어두워지고,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그동안 친절한 콜롬비아인들 덕분에, 콜롬비아가 참 만만해보였는데,
갑자기 콜롬비아의 치안상태도 떠오르고,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중간 중간에 오토바이가 지나가는데, 세워달라고 소리를 치고, 손을 뻗어도 그냥 쑥 지나간다.
날이 너무 어두워져 내가 왔던 곳으로 뛰기 시작한다.
뛰면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너무 준비없이 뛰어드는 것을 너무 습관처럼하는 것 같다.
다행히 저 멀리서 버스가 오길래 일단 잡아탔다.
메데진으로 가냐고 물었는데, 기사님이 스페인어로 뭐라 부연설명을 해서 못알아들었다.
일단 지푸라기라고 잡는 심정으로 버스에 올랐다.
알고보니 이 버스는 종점가지 간다음, 메데진으로 가는 버스였다.
휴….
메데진의 야경을 정말 많이 보고 싶었는데, 버스타고 산을 내려오면서 한없이 야경을 바라볼 수 있었다.
저 아름다운 불빛들은 알고보니 내가 오늘 지나쳤던 수많은 빈민촌들에서 발하는 빛들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냥 아름답게만 보였던 메데진의 야경에, 방금 보았던 사람들의 생활이 겹쳐져 보이기 시작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바나나를 포함한 과일, 그리고 맥주를 사갔다.
마침 숙소에 호주인 청년한명이 새로 들어왔다.
밥을 안먹었다고 하길래, 바나나를 하나줬다.
테라스에서 오늘 찍은 사진을 정리하고 있는데,
방금 사온 바나나를 까먹으려고 했는데, 이게 좀 딱딱해서 잘 안까졌다.
결국 껍질을 벗겨서 입으로 꽉 배었는데, 입에 떫은 맛이….-0-
그걸 본 크리스티나는 웃겨서 죽을라고 한다.
알고보니 내가 사온 것은 바나나가 아니라 플라타노(platano)였고,
이건 프라이팬에 굽거나, 튀겨서 요리를 해먹는 채소종류였다.
그래서 당장 호주인에게 달려가서 “먹지마”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한다. ㅎㅎ
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Pl%C3%A1tano_Tabasco.jpg
오늘은 메데진 여행 마지막밤이라서 테라스에서 모여 앉아 이야기를 했다.
대화를 하다보면 산드라와 나 사이에는 무조건 누군가가 통역을 해주어야 대화가 가능한데,
그 동안은 가브리엘라가 중간에서 계속 통역을 해주어서 대화가 잘 통했다.
하지만 가브리엘라도 귀찮은지, 오늘은 잘 하려하지 않고 귀찮아 하는 눈치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턴가 나도 말이없어졌다.
나 없이도 대화가 잘 통하는 걸보니, 괜한 심술도 돋는다.
오늘 하도 개고생을 해서 그런지, 괜히 피곤하고 기분도 별로다.
메데진 여행 마지막날, 호구 짓의 절정을 찍다 끝
2015.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