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키토 구시가지 여행, 무식하면 용감하다(?)

<오늘의 이동 경로>

숙소 -> 바실리카 성당 -> 독립 광장 -> 산프란시스코 성당 -> 마리아상 언덕(Parque la panecillo) -> 구시가지 -> 숙소


아침에 일어나보니 밑에 침대를 쓰고 있던 여행객 두명은 체크아웃을 준비하고 있다.
‘잘가’라고 인사를 나누기에는 어색해서 그냥 눈감고 줄창 잠을 잤다.
일어나보니 새멤버가 한명들어와 있다.


오전에는 호스텔 테라스에서 그동안 있었던 일을 정리하고,
스페인어 공부를 좀 하다가 12시 반쯤 거리로 나섰다.
오늘은 키토 구시가지를 둘러보기로 한다!


먼저 허기 부터 채우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 거렸는데, 치파(Chifa)라는 곳이 있어 한번 가보기로 했다.






들어가서 쌀(Arroz)이랑 닭고기(Pollo)가 들어간 메뉴를 시켰다.
오 생각보다 맛있다.

알고보노 Chifa는 중국음식이 현지화된 식당을 일컫는 말이었다.






밥을 먹고 바실리카 대성당(La Bacilica)에 들러보기로 했다.
바실리카 성당은 1880년대에 착공된 건물인데, 아직까지도 ‘기술적으로는’ 완공된 건물이 아니라고 한다.
지역전설에 따르면, 만약 이 건물이 완성되면 세상이 종말될 것이라는 말도 있다.

입장료는 2달러다.





‘드루와 드루와’






이날 참 운이 좋게도 하늘이 정말 푸르렀다.

아름다운 하늘(cielito lindo)













고딕 양식의 성당의 외부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이제 성당 내부를 한번 둘러보기로 한다.


















천장이 무척 높다.

스테인드클라스에서 스며들어온 햇살이 성당을 은은하게 비춘다.






생각해보니 크리스마스가 얼마남지 않았다.
작년에는 크리스마스를 부대에서 보냈는데, 
올해는 남미 땅에서 보내는 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누리고 있는 이 자유가 무척이나 소중하게 느껴진다.
(뭐든 군대 시절과 비교하면, 현재가 감사해진다.)





성당 밖으로 나와 건물을 더 감상했다.

















바실리카 성당 위로도 갈수 있다고 하는데, 
갈 수 있는 길도 막혀있고, 사람도 없어서 그냥 나왔다.


성당 구경을 마치고 거리를 둘러보는데, 어제 밤에 저 멀리서 반짝이던 천사상(마리아상)이 보인다.







그래, 오늘은 저기를 가본다.

천천히 시내 구경을 할겸 걸어가기로 한다.






가는 도중 더워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었다.

1.3달러.

즉 한국돈 1500원이다…..






가던 중에  독립 광장 (Plaza de la Independencia )을 만났다.

가끔 위병교대식도 한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서 한적하게 신문을 보거나, 담소를 나누고 있다.










여기는 산 프란시스코 성당(Iglesia de San Francisco)

겉에서만 보고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중간에 예수성당 (Iglesia de La Compania de Jesus)에 한번들어가보았다.

하지만 사진촬영이 금지되어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황금으로 도배된 성당 내부가 인상적이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천사상을 향해 가보기로 한다.

그런데 고산증세인지 좀만 걸어도 피곤하다. 






여기는 동양인을 신기하게 쳐다보긴하지만 바로 눈을 거둔다.

또한 웃으면서 인사하는 사람의 빈도가 적다.

콜롬비아에서는 좀 부담스러울 정도의 관심을 보였었는데,

여기는 그런 관심을 감추는게 티가 난다.






구시가지를 구경하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천사상 근처(엘 파네시요: El Panecillo)에 도달했다.

이제 저 집들 사이를 헤쳐서 올라가기만 하면 된다.






올라가던 중에 주인을 따라가는 개가 보였다.

근데 개가 너무 힘들어 하는게 안쓰러웠다.





‘터덜터덜’






결국 나한테 따라잡혔다.








이런 길을 계속 올라가다 보면, 드디어 마리아 상에 도달하게 된다.







마리아 님이 가까이에 있다.

1976년 스페인 미술가에 의해서 세워졌다고 한다.

멀리서는 볼 수 없었던 디테일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12개의 별들, 네모낳게 각진 모양으로 분절된 마리아의 모습, 쇠사슬…






점점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햇살이 사물들을 다른 각도로 비추기 시작한다.

그렇게 부서지는 빛들이 아름다웠다.
 









언제나 그렇듯, 

사람이 모이는 곳에 장이 펼쳐지기 마련이다.

각종 악세서리와 먹을 것들을 팔고 있다.





마리아 상의 뒷모습






키토가 생각보다 큰 도시구나라는 것을 느낀건, 어제 터미널에서 센트로로가는 버스를 타면서 부터다.
다닥다닥 작은집들이 수도 없이 엉켜붙어있다. 이건 남미 특징인가보다.
산들 사이사이로 집들이 구석구석 자리잡고, 밤이 되면 찬란하게 빛을 발하는 모습…


이왕 올라온 김에 야경까지 찍고 가기로 마음 먹는다.
아래 사진들은 해가 지면서 나타나는 에콰도르 키토의 야경이다.











































콜롬비아 못지않게 에콰도르의 야경도 끝내준다.

콜롬비아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멋지다.


그렇게 아름다운 야경을 보고나니, 막상 집에가는 길이 걱정되었다.

버스를 탈것인가, 걸어갈 것인가.

나는 후자를 택했다.













올라왔던 길을 쭉 내려갔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던가.

알고보니 천사상에 가기 위해 오르내렸던 길들을 강도사건이 많기로 유명한 길이었다.

마리아 상으로 가는 길은 빈민가들이 밀집되어 있고, 인적이 드물어서 범죄가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특히나 밤이 되면 너무 위험해서 동행을 구하거나, 택시를 타야한다고 한다.

다행히 나는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었다.



무식하면 무서운거를 몰라서 용감한 일을 하게 된다.











구시가지는 밤 8시가 넘어가니 가게 문도 많이 닫고 거리에 사람들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그렇다보니 또 집으로 가는 길이 걱정된다.

근처 가는 길에 문을 연 대형마트에서 맥주랑 간식거리만 사들고, 

바로 숙소로 들어갔다.






숙소에 있는 테라스에서 오늘 하루를 정리하려고 했는데,

망할 윈도우 업데이트 때문에 멍하니 야경만 바라보았다.




하루를 돌이켜보니 누구와도 말을 섞지 않았네

외롭다기 보다는 

그렇게 혼자 관광만 하다 여행이 끝나지않을까란 두려움이 들기 시작한다.

나홀로 여행을 한다는 사람 중 정말 ‘나홀로 여행’을 하길 원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건 수행이 아닐까?

사람이라면 당연 사람을 그리워하고 소통하고 싶어 할텐데 말이다.

나홀로 여행은 사실 어쩌면 더 넓은 관계의 폭을 만들고자 하는 여행이 아닐까 싶다. 



지구 위 큰 땅덩어리 어떤 포인트에서 우연히 만난 관계,

그 우연이 주는 운명감과 여행지에서 주는 묘한 행복감과 자유는

결국 나홀로 여행 만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재미 아닌가.



아무튼 이런 저런 감상을 하다가

내일은 에콰도르의 명물, 적도박물관을 가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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