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오브 파이 - '파이'와 '리처드 파커'의 공존(共存)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한달간의 인도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오는 길에 본영화다.
고도 3만 피트에서 멀미하면서 본 영화라 그런지, 잘 집중이 안되었다.
그 당시에는 그냥 <호랑이와이 싸움에서 이긴 한 소년의 이야기>라고 치부를 해버렸는데
최근 다시 본 '라이프 오브 파이'는 인간에 대해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영화였다.
<라이프 오브 파이>, 줄거리
인도 폰티체리 파이의 아버지는 동물원을 운영한다. 수많은 종교를 포함하고 있는 인도, 하지만 파이의 아버지는 신이라는 존재보다는 이성으로 대표되는 서양의학의 도움을 더욱 신봉하는 아버지다. 그는 인도에서 행해지는 종교의식을 보면서 '절대 종교에 현혹되지 말라.'라는 말로 아이들에게 이성적으로 판단할 것을 당부한다.
그러나 파이는 좀 다른것 같다. 그는 비나슈도 믿지만, 예수님도 믿고, 또 알라신도 믿는다. 심지어는 예수님을 소개해준 비뉴수신에게 감사기도를 올리기 까지한다. 이런 파이를 못마땅해하는 아버지는 파이에게 이성적으로 살것을 강요한다.
그러던 어느날 의회에서 파이의 동물원에 대한 지원을 끊게 되자 파이의 가족은 캐나다로 떠나게 된다. 하지만 가는 길에 바다 한복판에서 배가 난파가 되고만다. 가까스로 쪽배에 올라탈 수 있었던 파이. 하지만 파이는 바나나를 타고 온 오랑우탄, 하이에나, 얼룩말, 호랑이와 한배를 타게 된다.
강한 야수성을 지닌 하이에나는 결국 얼룩말, 오랑우탄을 죽이게 된다. 그에 격분한 파이는 하이에나를 죽이려 하는데, 갑자기 장막에서 결국 호랑이(리처드 파커)가 뛰어나와 하이에나를 잡아먹는다.
하이에나가 끝나니, 호랑이(리처드 파커)가 나타났다!...
이때 부터 파이와 호랑이의 싸움이 시작된다. 파이를 먹으려는 호랑이와 이를 피하려는 파이. 초반에는 계속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파이는 아버지의 말처럼 최대한 이성을 발휘해서 호랑이를 길들이게 된다.
이때 부터 파이와 리처드 파커의 공존이 시작된다. 야수성을 지닌 호랑이를 이성으로 컨트롤하면서 하나의 쪽배를 공유하게 된다. 파이와 리처드 파커는 온갖 풍파를 다 겪고, 결국에는 멕시코 해안에 안착하게 된다. 그렇게 리처드 파커는 떠나게 되고, 파이는 침몰 원인 조사단에게 또다른 이야기를 전해주게 되는데......
<라이프 오브 파이>, 결말의 의미......?
라이프 오브 파이는 어떻게 보면 그냥 단순한 이야기일수도, 아니면 믿음이라는 추상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어려운 이야기로 해석될 수 있는 열린 해석에 대한 영화다. 즉 개개인이 무엇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완전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는 <라이프 오브 파이>에 대한 해석 중 심리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춘 해석이 가장 흥미롭다. 즉 영화의 결말 부분에 나오는 두가지 이야기, 호랑이와 함께 난파선을 탄 이야기와 주방장, 엄마와 함께 난파선을 탄 이야기가 나온다.
이 두가지 이야기 중 두번째 이야기를 '선택'했을 때 나올 수 있는 해석 중 하나다.
여기서 '리처드 파커'는 파이의 또다른 자아로 해석될 수 있다. 평소 오줌싸개란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순수하고, 물고기 한마리도 때려 눕히지 못하는 마음 약한 파이. 하지만 어머니를 죽인 주방장의 횡포 앞에서 그는 그 안에 감춰져 있던 야수성을 드러내게 된다. 영화에서 하이에나(주방장)을 죽이려 할때 갑자기 장막속에서 호랑이가 튀어나오지 않는가.... 이때 파이의 표정과 호랑이의 모습은 무척 비슷하게 매칭된다.
난파선을 한 사람의 정신이라는 상징으로 봤을때, 장막에 가리워져있던 야수같은 또 다른 자아 '리처드 파커'가 모습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이때 부터 리처드 파커와 파이의 동거가 시작된다.
영화 초반부에는 이 둘은 공존 불가능한 상태.
리처드 파커가 난파선을 지배하면, 파이는 뗏목으로 대피하고
파이가 난파선에 타면, 리처드 파커는 밖에서 버둥 버둥 댄다.
하지만 호랑이를 계속 굶게 나두면, 리처드 파커는 바다로 뛰쳐나와 결국 파이를 잡아 삼킬 것이다. 파이는 최대한 이성적인 판단을 내린다. 물고기를 잡고, 호루라기 소리를 통해 리처드 파커를 조련한다. 그리고 점점 둘의 거리가 좁혀지고, 같은 배 안에서 생활할 수 있는 단계까지 도달한다.
즉 한사람의 정신이라는 공간(난파선)에 이성적인 자아로 대표되는 파이가 야수적인 자아로 대표되는 리처드 파커를 컨트롤할 수 있게 되면서 공존하는 단계이다.
드디어 난파선이 멕시코 해안에 도달했을 무렵,
리처드 파커는 숲속으로 유유히 사라진다.
이 모습을 보고 파이는 서러워서 울게 된다.
난파선에서 어쩔수 없이 드러낸 자신의 모습 '리처드 파커'. 해안에 도착하면서 이제 '리처드 파커'와 같은 야수성은 사라졌다. 하지만 파이는 지난날에 대한 죄책감이었을까, 후회었을까... 그렇게 유유히 사라져가는 리처드 파커를 보고 목놓아 운다.
정리하자면 <라이프 오브 파이>는 인간 내부에서 일어나는 심리적인 행동들을 난파선에 갇힌 호랑이와 사람이라는 메타포로 표현한 영화이다.
초반부에 야수성(리처드 파커)이 파이를 지배했을때, 아마 파이는 사람을 죽이고, 인육을 먹으며 난파선의 생활을 견뎠을 것이다.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상징에 대한 이야기는 쓰지는 않았습니다 ^^;; 해석은 자유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대한 이성을 차리고, 야성적인 자아를 컨트롤 하면서
리처드 파커와 파이는 같은 배안에서 공존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물론 이외에도 수많은 해석이 가능하다.
<라이프 오브 파이>, 장엄한 영상미
<라이프 오브 파이>는 스토리 텔링과 감독의 구성외에도 영상미가 정말 뛰어나다. 비행기 모니터로 봤을 때는 화질이 좋지 않아 느끼지 못했는데, 집에서 노트북으로 보니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하물며 3D IMAX관에서 봤다면 어땠을까....
<라이프 오브 파이>는 대부분 바다위에서 전개가 되는데, 이를 촬영하기 위해서 170만 갤론의 물을 담을 수 있는 자체 파도 생성 물탱크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 다음 그래픽 작업에는 600명 이상의 디지털 아티스트들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라이프 오브 파이>, 등장인물 & 배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