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여행 하루 전.
군생활동안 그렇게 기다려온 여행이 내일 시작된다.
여행을 간다고 해서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다.
버는 것도 없는 처지에 돈만 쓰는게 맞는가 싶고,
내가 투자하는 돈과 시간에 비해, 내가 가는 이 여행이 정말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
사실 내가 왜 여행을 가려고 하는지, 가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이 전혀 없다.
누군가는 한복을 입고 세계여행을 하며 한국을 알리고,
누군가는 세계 각국의 CEO를 만나 자신의 꿈을 키우고,
또 누군가는 제 3세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여행을 떠나기도 한단다.
그런 ‘거창한’ 여행 포부와 비전에 비해, 내가 여행을 가려는 목적은 너무도 개인적이고 유치하게 느껴져
괜한 사치만 부리다가 오는건 아닌지 걱정이다.
‘그래, 뭐 어쨌든 간에 가보자.’
남들이야 뭘했던 건 간에 군생활 21개월 동안 고생했으니, 이정도는 해봐도 된다며
지금이 아니면 더 가기 어려울거라며 내 자신을 다독인다.
하지만 막상 여행을 가려니 돈이 부족했다.
군생활하면서 돈을 모으긴 했으나, 남미행 비행기표 살정도밖에 되지 못했다.
은행권 대출은 신용도 하락이 무섭고, 또 알바를 시작해서 돈을 벌기엔 시간이 없다.
그렇다고 절대 부모님께는 손을 벌릴수는 없다.
그렇게 아는 형에게 빌린돈의 5%를 더 보태서 돌려준다는 조건으로 여행 자금을 빌려, 빚을 지고 여행을 떠난다.
막상 돈을 빌릴때는 말을 꺼내기가 두려워 며칠을 망설였다.
하지만 형은 ‘지금 꼭 가봐야 한다며’ 흔쾌히 내 통장에 돈을 부쳐주셨다.
나는 인생 처음으로 빚쟁이 신세가 되었다.
여행시 필요한 짐을 싸고, 혹시 빠진것은 없는지 계속 체크했다.
너무 무거우면 여행이 힘들어지니 경계해야 하고,
그렇다고 정말 필요한 게 없으면 여행 중 쓸데없는 소모를 할 경우가 생긴다.
짐을 다시 한 번 꼼꼼히 체크했고,
필수서류들을 챙기고 보니 세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나와 80일간을 함께 할 나의 짐들.
오래 기다렸다…
이제 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