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간의 남미여행 떠나는 날

#80일간의 남미여행 떠나는 날.

아침부터 엄마는 나에게 말했다.

“그래도 너 있을때가 든든했는데…” 

“이제 너 가면 무슨 재미로 사냐”

“2월 말이 아니라 좀 더 일찍 올 수도 있는거지?”

혼자 가게 일을 하시는 엄마에게 80일간의 여행을 말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엄마는 일때문에 거의 여행을 못해보셨고, 무척 위험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무엇보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위험한 남미에 보낸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솔직히 여행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가족이 아닐까 싶다.

나를 위해 고생하신 어머니, 

나를 위해 지금도 고생하고 있을 어머니를 위해 빨리 자리를 잡아야 할 판에

돈쓰고 시간쓰는 거기다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위험을 껴안고 여행을 간다고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지금이 내가 꿈꿔온 여행을 갈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인 것을 하늘이 알고 내가 알고 있는데 말이다.

우리 집이 조금만 더 가난했다면, 부모님 건강이 좋지 않았다면, 내가 자식을 키우고 있다면

난 분명 여행을 포기했을 것이다.

그러니 여행도(엄밀히 말하면 한달이상의 장기여행) 적절한 조건과 시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것이다.

위험에 대한 불안도, 앞날에 대한 불안도 있지만, 어쨌든 간에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에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나는 여행이 돈쓰고 시간쓰는 소모적인 것일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꽤 괜찮은 ‘성장촉진제’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뭘 못배워도 좋다. 거기서 느낀 시간과 감정들이 언젠가는 미소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또한 낯선 세상을 통해 느끼는 생존 본능은 나를 좀 더 지혜롭게, 좀 더 강하게 만들어준다.

누가 봤을때 겨우 80일 여행이지만, 내 나름대로 큰 결심이었다.

이젠 따듯한 가족의 품을 떠나,

내가 바라고 바래왔던 멋진 세상을 위해 한걸음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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