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20일차- 갈라파고스 산타크루즈 섬 여행 경로
숙소 -> 푸에르토아요라 선착장 -> 갈라파고스 해변 토르투가 베이(galapagos beach at tortuga bay) -> 푸에르토 아요라 -> 수산시장 -> 키오스크 거리
아침 6시 정도에 알람을 맞추어놨는데 계속 뒤척이다가 결국 오전 7시에 깨어났다.
예전 같았으면 오전 9시에 부스스 일어나 하루를 준비했을 텐데, 갈라파고스에 온 이상 그렇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갈라파고스에 입도하는데 돈, 비행기, 등등 생각하면, 게으를수가 없다….!
어떻게든 뽕을 뽑자는 각오로 살게 된다.
요 며칠간 계속 혼자 다녀서 그런지, 좀 외로웠다. 원래 성격이 내성적인 것도 있지만, 영어 울렁증도 사람들을 만나게 하는데 큰 어려움 중에 하나다. 영어를 근 10년을 배웠는데도, 외국인들과 말을 섞기가 두렵다. 무엇보다 누군가 개그를 쳤는데, 나만 빼고 다들 그 의미를 알고 웃을 때, 나도 소외되고 싶지 않아 ‘허허허’하고 웃는 상황, 외국인이 의사표현을 해도 알아듣지 못해 쩔쩔 매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외국인들 만나기를 꺼려했나보다. 오늘은 어떻게든 사람들을 만나서 같이 지내도록 해봐야겠다.
어제는 저녁을 부실하게 먹을 관계로 아침을 꼭 챙겨먹기로 했다. 그래서 식당을 찾아보고 있었는데 죄다 비싸서 엄두가 안났다. 아침 식사에 만원가까이 되는 돈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야외에 차려진 식당에 가서, 토스트와 과일과 주스가 나오는 4달러 짜리 점심을 먹었다.
오늘은 토르투가 베이와 하이랜드 투어를 둘러보고 이자벨라 투어 예약을 하기로 했다.
마침 식당 근처에 여행사들이 많이 있어서 근처에 있는 여행사들을 뒤져서 가격을 알아보기로 했다. 어떤 여행사는 나를 붙잡고 놓지 않으려 이런 저런 언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런데 오히려 그게 독이되어 더욱 신뢰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간 곳이 그나마 제일 싸게 불러서 그쪽을 할까하다가 돌아섰는데, 갑자기 200을 부르길래 콜을 해버렸다. 2박 3일에 200이면 꽤 괜찮은 장사 아닌가!
원래는 바로 하이랜드를 갈려고 했는데, 뭔가 땡기지 않는다. 혼자 뻘쭘하게 택시기사랑 같이 투어하기도 그렇고, 내용도 사실 그렇게 끌리진 않았다. 그래서 바로 토르투가 베이로 가기로 결정했다. 토르투가 베이는 차도 심지어는 자전거도 진입할 수가 없다. 가려면 수상택시 또는 걸어서 가야했는데, 나는 걸어서 가기로 했다.
토르투가 베이까지 걸어가는 길은 약 6키로 정도 된다. 가는 길에 우림비슷한 것들이 우겨져 있어서 산림욕을 제대로 했다.
선인장들이 정말 많다.
난 저렇게 큰 선인장은 처음본다.
나름 꽃도 피운다.
길을 지나다 보면, 토르투가 베이를 갔다가 돌아오는 사람들을 마주치게 된다. 그러면 서로 가볍게 인사를 나누곤 한다.
에콰도르 내륙에서 갈라파고스에서 넘어오면서 가장 체감 되는 것이 이런 분위기다.
모르는 사람들 끼리 가볍게 눈인사를 나누거나, 이야기를 한다는 것 말이다.
콜롬비아에서는 으레 있었던 일이지만, 에콰도르에서는 느낄 수 없던 분위기였다. 물론 내가 가본 에콰도르 도시가 키토와 과야킬 밖에 없으니, 일반화는 금물이다.
큰 선인장에다가 자신의 이름을 새겨놓는 사람들이 좀 있었다.
어떤 선인장은 이름과 연인들의 하트로 도배되어 있어서 눈살을 찌뿌리게 만들었다.
드디어 해변이 보이기 시작한다!
도마뱀인가?
자그마한게 생각보다 귀엽다.
선선한 해풍.
짭조름한 바다내음새
점점 바다에 가까워지고 있다.
아 참고로 파도를 조심해야한다.
와 드디어 토르투가 베이다.
내가 본 해변 중에 가장 광할하고 깨끗하다.
6km이내에 차나 자전거 오토바이를 끌고 올 수 없는 제약이 이런 깨끗한 환경을 만든 것이다.
게다가 해변은 어찌나 넓던지. 바로 눈에 보이는 해변으로 윗통을 벗고 몸을 던졌다.
그런데 알고보니 여기는 좀 위험한 곳이라 한다. (방금 봤던 cuidado 표시가 파도 조심이라는 뜻이었다.)
여기도 어김없이 바다 이구아나가 자리잡고 있다.
몇몇은 검은 돌에 붙어있고,
몇몇은 고운 모래사장을 기어다니고 있었다.
정말 맑지 않은가?
저 투명한 물에 발을 한번 담가 보았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보니, 여기저기 사람들이 스노쿨링을 하고 있다. 나는 장비가 없어, 혼자 그냥 헤엄만 쳤다.
거기서 만난 미국인 가족과 1시간 가량 함께 했는데, 그쪽 아버지가 무려 갈라파고스 출신이어서, 이런저런 정보를 많이 주었다.
덕분에 모르고 지나칠뻔했던 토르투가 베이의 또 다른 해변도 알게 되었다.
오히려 여기가 파도가 잔잔하고, 물도 얕아서 수영하기 더 좋다.
물이 정말 잔잔하다.
딸들의 환호를 받으며
자신의 수영 실력을 어김없이 자랑하는 갈라파고스 출신 아버지.
보면 물이 정말 투명해서, 물고기가 지나다니는 것도 보인다.
저런 걸 보고 회가 생각나는 나는, 순수를 잃어버린건가?
모래 위에 맺힌 물에 잔잔하게 하늘이 반영된다.
사진 한방 남겼다.
저렇게 윗통 벗고 해변에서 2시간 가량 놀았는데, 선크림을 바르지 않았다는 건 나중에야 알았다…
이건 뭘까?
플랑크톤 맞나?
아무튼 겁나 신기하게 생겼다.
(아래 댓글달아주신 분의 정보로는 ‘포르투기스 맨오브워’라는 극악무도한 해파리로 피부가 닿으면 고통이 일주일은 가고 흉터도 남는다고 한다. 부디 조심하세요! )
지나가는 여행객한테 사진을 부탁했더니,
점프샷한번 찍자고 해서, 점프한 사진.
토르투카 베이 해변에서 2시간 가량 원없이 놀다가 다시 시내로 돌아가기로 했다.
정말 토르투가 베이는 최고였다…
깨끗한 환경과, 넓은 해안, 고운 모래 등등
특히나 6km이내에는 자동차와 자전거가 진입할 수 없어 오로지 걸어서 가야만 하는 환경은 내 상상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직접와서 본 토르투가 베이는 내 상상이상으로 멋진 곳이었다.
시내로 가는 길에 갑자기 등쪽부터 시작해 목뒤가 매우 따갑기 시작했다.
결국 등에 맨 가방도 매지 못할 정도로 아파오기 시작했는데,
생각해보니 선크림도 바르지 않은 채 땡볕에 노출되어 잇어서 살갖이 완전히 타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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